[전북이 울고 있다]진흙 범벅 정읍 산외한우마을 “한가위 대목 앞두고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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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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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폭탄 피해현장 르포

최근 전북 정읍지역에 내린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 피해를 당한 정읍시 산외면 산외한우마을에서 15일 전북지방경찰청 기동대 전경대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정읍=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최근 전북 정읍지역에 내린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 피해를 당한 정읍시 산외면 산외한우마을에서 15일 전북지방경찰청 기동대 전경대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정읍=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9일 집중적으로 쏟아진 ‘물 폭탄’으로 전북지역이 입은 피해는 15일 현재 잠정 집계만 1924억 원에 이른다. 이는 인구 186만 명인 전북 지역총생산(GRDP) 31조8550억 원(2009년 기준)의 6%. GRDP가 257조5980억 원인 서울이라면 약 1조5559억 원, 전국으로 따지면 약 6조4000억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물이 빠진 지역은 농작물들이 흙더미에 깔려 있고 무너진 축사와 비닐하우스도 물 폭탄의 상흔이 생생했다. 최근 전북지역에 쏟아진 집중폭우는 국내 대부분의 강수량 기록을 바꿀 정도로 엄청났다. 특히 9일 하루 정읍에 쏟아진 비 422mm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기존 정읍의 하루 최고 강우량은 1998년 9월 30일 244.5mm였고 전북은 1942년 8월 9일에 전주에 내렸던 336.1mm다.

○ 진흙 밭으로 변한 정읍 산외한우마을

면 소재지 도로를 따라 한우식당과 정육점 100여 곳이 늘어선 정읍시 산외면 평사리는 주말에는 명품 한우를 찾아 관광버스가 전국에서 몰려와 교통체증을 빚었던 곳. 하지만 지금은 휴가철임에도 손님은 보이지 않고 가재도구와 식당 집기를 꺼내 흙을 씻는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만 분주했다. 부식가게인 통일상회 주인 김복순 씨(65·여)는 “마을이 물에 잠길 때 간신히 몸만 가게 옥상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9일 오후 3시경 폭우로 2km 상류에 있던 척곡제가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척곡제는 50여 년 전에 완공된 저수지로 농업용수 4000여 t을 가둔 곳이다. 제방이 유실돼 쏟아진 물은 평사리 상가와 주택 전체를 덮쳤다.

한우식당을 운영하는 박창서 씨(37)는 “제방 유실 5분 만에 물이 들이닥치면서 1m까지 차올라 조카 4명을 데리고 급히 피신했다”며 “밤이었다면 인명 피해가 엄청났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박 씨는 “고기 등 음식 재료 5∼6t을 보관하던 냉동고가 물에 떠내려갈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며 “최근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을 넘었는데 일주일째 장사를 못하고 있고 대목인 추석 전까지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공장 피해도 400억 원 넘어

정읍시 영파동 농소농공단지 ㈜팜스코 공장은 15일 현재까지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다. 가축용 배합사료를 생산하는 이 공장 야적장에는 물에 젖은 사료 원료 수백 t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젖은 사료 원료와 완제품 5000여 t을 창고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회사는 400여 종의 사료를 연간 30만 t가량 생산해 충청 호남 등에 공급하는 업체.

오종철 생산부장은 “창고에 있던 원료와 완제품을 모두 꺼내고 침수된 공장설비가 정상화돼야 정확한 피해액이 집계될 것”이라며 “농가에 사료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영업 손실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5일째 복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일당을 주고 인부 20여 명을 고용해 복구하고 있다.

이 공장은 9일 오전 11시부터 침수가 시작됐고 오후 5시경 1.5m 가까이 물이 차오르자 직원들은 보트를 타고 공장을 빠져나왔다. 정읍 농소농공단지 입주기업들은 2005년에도 침수 피해를 봐 전북도에 펌프장 설치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자동차 발전기 등을 생산해 GM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인근 대우전자부품도 큰 피해를 보았다. 9일 오후 2시경 동력실에 물이 차자 완제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으나 물이 계속 차올라 직원들은 공장을 포기하고 탈출했다.

○ 축산 과일 피해도 엄청나

정읍시 입암면의 양계 축사 등 21동의 축사가 물에 잠기거나 무너지면서 닭과 오리 등 가축 58만7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파프리카와 고추 오이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90여 동이 물에 잠겨 5억1000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수박 밭과 물에 잠겼던 논밭 2만4000여 ha는 물은 대부분 빠졌으나 흙탕물에 휩쓸려 쓰러진 벼가 많고 온도마저 높아 병충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정읍=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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