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스파이명월’ 한예슬 촬영거부로 결방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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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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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일정 등 PD와 갈등
제작진 “주연 교체도 검토”

KBS2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여주인공 한예슬 씨(30·사진)가 촬영을 거부해 15일 드라마가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 씨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어 사실일 경우 드라마의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15일 오후 9시 55분 방영 예정이었던 11회 대신 지금까지 방송된 하이라이트 영상을 모은 ‘스파이 명월 스페셜’을 내보냈다. 16일엔 한 씨가 등장하지 않은 촬영분을 편집해 ‘스파이 명월’ 11회를 내보낼 예정이다. KBS 드라마국의 한 간부는 “16일까지 한 씨의 복귀를 기다린 뒤 드라마 종영 또는 주연배우 교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KBS와 제작사인 ‘이김프로덕션’에 따르면 한 씨는 그동안 빡빡한 촬영 일정 등을 놓고 연출자인 황인혁 PD와 갈등을 빚어 왔다. 13일 촬영장에서는 황 PD와 공개적으로 다툼을 벌였고 14일부터는 연출자 교체를 요구하며 촬영을 거부해 왔다. ‘스파이 명월’의 시청률은 5.9%까지 떨어지는 등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렀으며 중간에 작가가 교체되기도 했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인 방송에 차질을 빚은 일은 무책임하다며 한 씨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시청자 이지선 씨는 “PD와 싸웠건, 방송제작 환경이 열악했건 간에 시청자를 위해 촬영에 참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씨와 드라마를 함께 촬영했던 한 방송사 PD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한국인과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스케줄에 차질을 빚은 적은 없었다”며 한 씨의 돌발 행동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사실상 ‘생방송’에 가까운 드라마 제작 현실의 문제를 극명히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쪽대본’에 의지해 초치기로 드라마를 찍다 보니 배우의 촬영 불참이 곧바로 드라마 불방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간부는 “현재의 열악한 제작 환경이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한예슬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방송사 제작사 기획사 3자가 참여하는 조정위원회 등 갈등 해결을 위한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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