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섬진강댐 범람 위기 ‘1m’ 앞두고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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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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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에 내린 폭우로 임실군 강진면 섬진댐이 만수위를 1,2m만 남겨 주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던 10일 새벽 수자원공사는 수문을 열고 초당 1800t의 물을 방류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북 지역에 내린 폭우로 임실군 강진면 섬진댐이 만수위를 1,2m만 남겨 주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던 10일 새벽 수자원공사는 수문을 열고 초당 1800t의 물을 방류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9일 저녁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 자리 잡은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관리단에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댐 상류인 전북 정읍과 임실에 내린 250∼420mm의 엄청난 비로 댐으로 물이 밀려들면서 범람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댐 설계 당시 계획한 최대 유입량이 초당 3268t인데 이날은 4300t까지 밀려온 것.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댐 상류에 8일부터 장대비가 내린 직후였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오전 수문을 열고 방류량을 초당 200t에서 정오에 500t으로 늘리고 다시 오후 3시에 1000t, 오후 6시 반에는 최대치인 1800t으로 높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수위는 오후 1시 193.41m를 시작으로 해 오후 5시 195.14m, 오후 11시 196.74m로 급상승했다. 사실상 댐이 지탱할 수 있는 최고 수위여서 저지선으로 간주하는 ‘계획 홍수위’인 197.7m를 1m도 채 남기지 않은 비상상황이 닥쳤다. 이대로 가면 밤 12시쯤 계획 홍수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댐이 범람하면 하류인 전북 임실과 순창, 전남 곡성 지역은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오후 7시 20분 최고 경계단계인 심각단계가 발령됐고 댐 하류 지역인 임실과 순창, 곡성 지역 강가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남원 임실과 순창 주민 2054가구 4400여 명과 곡성 지역 주민 240여 명이 높은 곳으로 몸을 피했다.

초당 유입량 4300t이나 196.7m의 수위, 심각단계 발령, 주민 대피령 등은 모두 1965년에 댐이 건설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공포가 번져가던 오후 10시. 다행이 비가 그치거나 줄어들면서 호우경보가 해제됐고 밤 12시를 넘어서면서는 유입량이 줄어 수위가 하락세로 반전됐다. 큰 고비를 넘긴 것. 직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주민들은 10일 오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일로 수위 조절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섬진강댐 수문시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섬진강댐은 수문이 댐의 정상부에 설치돼 있어 수위가 192.7m를 넘어야만 방류할 수 있다. 계획 홍수위에서 불과 5m밖에 여유가 없다. 큰비가 예상돼 물을 미리 빼려고 해도 뺄 방법이 없으니 이번처럼 물폭탄이 쏟아지면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댐관리단 관계자는 “비가 더 왔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며 “수문 문제는 내년까지 댐 하단부에 2개의 터널 형태 수문을 만들어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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