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장애인 문화해설사, 장애인 마음 잘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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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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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청각 장애인 17명 선발… 내일부터 고궁-종묘 등서 활동

서울 종로구가 개설한 ‘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시청각 장애인들이 18일 오후 경복궁에서 시연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종묘 북촌을 찾는 장애인에게 문화 해설을 할 예정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종로구가 개설한 ‘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시청각 장애인들이 18일 오후 경복궁에서 시연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종묘 북촌을 찾는 장애인에게 문화 해설을 할 예정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러분, 여기로 올라오세요. 높이가 꽤 되니까 발 조심하시고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 근정전(勤政殿) 앞. 지팡이를 짚은 시각장애인(1급) 임은주 씨(52·여)가 ‘어로(御路)’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어로는 임금이 가마를 타고 다니던 길로 주변 지형보다 약간 높은 곳에 있다. 임 씨가 지팡이를 짚고 올라서자 임 씨의 설명을 듣던 시각장애인 여성 2명이 진행 요원의 부축을 받아 어로 위에 섰다.

임 씨는 6년 전 ‘망막색소 변성증’으로 오른쪽 눈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왼쪽 눈으로 사물을 희미하게 본다. 그런 그가 ‘문화관광해설사’로 나선 것은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

“글을 읽고 싶어 점자학원을 다녔어요. 그곳에서 만난 시각장애인들은 사람들 만나는 것을 꺼리더군요. 재미난 문화 행사 같은 것은 갈 엄두도 못 내죠.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임 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로 최근 뽑혔다. 단순한 해설가가 아닌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해설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종로구는 올해 3월부터 구비 3000만 원을 들여 문화재나 문화 행사에 소외된 장애인들을 위한 ‘종로문화관광해설사 양성 사업’을 시작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장애인들은 그동안 비장애인들의 해설을 듣다 보니 문화를 제대로 보고 즐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32명(시각장애인 13명, 청각장애인 19명)으로 시작해 최근 이론 시험과 현장실습을 통과한 17명(시각장애인 6명, 청각장애인 11명)을 해설자로 최종 선발했다. 이들은 30일 수료증을 받고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종묘, 북촌을 찾는 장애인들에게 문화 해설 활동을 시작한다. 이날은 정식 활동 전 장애인 12명에게서 평가를 받는 날이었다.

임 씨의 입이 바쁘다면 청각장애 해설사 박순미 씨(48·여)는 수화를 하느라 손 쉴 틈이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들을 수 없었던 박 씨는 2008년 국립청각장애학교인 서울농학교에 입학한 만학도. 청각장애를 가진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면서도 초중학교를 검정고시로 통과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이 컸다. 그는 “사회복지사가 되려고 준비하던 차에 종로문화관광해설사 모집 공고를 봤다”며 수화로 설명했다. 일본 수화나 미국 수화를 배워 서울을 찾은 외국 장애인들에게도 문화 해설을 하겠다는 것이 박 씨의 목표다. 함께 설명을 듣던 허노중 서울농학교 교사(52)는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프로그램이 활성화 돼 다른 장애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우 종로구 관광지원팀장은 “현재는 프리랜서지만 앞으로 경복궁, 창덕궁 등에서 상시로 활동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유하늘 인턴기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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