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기각된 ‘희망버스’ 기획자 송경동 씨는…

  • 동아일보

20년간 각종 시위 참여 ‘길위의 노동시인’
검경, 조만간 영장 재청구

이른바 ‘희망버스’를 기획한 시인 송경동 씨(44·사진)에 대해 검경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19일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송 씨는 어떤 인물이며 왜 시인으로서 노동운동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송 씨는 1980년대 후반부터 구로노동자문학회, 전국노동자문학연대 등에서 일하며 20년 넘게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 시위에 참여해 왔다. 그는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평택 대추리 사태, 용산 참사, 기륭전자와 콜트·콜텍 등 노동분쟁 현장 등에 참여해 노동시를 썼다. 지난해 출간된 용산 참사 문제를 다룬 책 ‘여기 사람이 있다’를 기획했고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꿈의 공장을 찾아서’ ‘너희는 고립되었다’ 등의 노동시를 발표해 왔다.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엔 2003년 ‘꿀잠’(삶이보는창), 2009년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비) 등 2권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을, 올해 제6회 김진균상을 수상했다.

송 씨는 인터넷 매체인 ‘참세상’과의 12일자 인터뷰에서 “중학교 때 숙제로 시를 써갔는데 선생님이 칭찬해주셔서 시를 좋아하게 됐다”며 “나중에 현장 생활하고 소년원에도 갔다 오고 이후에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희망버스’를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진숙 선배는 그 크레인 위에서 얼마나 힘들까, 어떻게든 연대해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9년 송 씨의 시집을 낸 창비의 박신규 문학팀장은 “송 시인은 오랜 기간 현장에서 시를 써와 등단 이전부터 문단에 알려져 있었고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기도 했다. 1980, 90년대 노동시는 거칠고 과격한 반면에 그의 시는 역동성 있고 완성도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단 일부에서는 송 시인의 현실 참여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노동운동가가 직업이고 시인은 부업이라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법 민사19단독 김도균 판사는 19일 송 씨에 대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청구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피의자의 변호인과 수사기관이 수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경은 조만간 송 씨의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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