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호남]“영호남 지역갈등이라뇨? 우린 이렇게 잘어울려요”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맑고 향기롭게’ 모임 7년째… 여수-부산 여고생 240명, 게임-장기자랑-댄스 경연도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16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를 둘러봤다. 맑고향기롭게 부산모임 제공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16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를 둘러봤다. 맑고향기롭게 부산모임 제공
‘우리는 하나.’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영호남 청소년 교류행사가 7회째 이어져 오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은 15, 16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신라대 동북아비즈니스지원센터에서 ‘제7회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참여 학생은 전남 여수시 부영여고 1학년 120명과 부산서여고 1학년 120명 등 240명.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으로부터 영호남 대표학교로 추전을 받아 선정됐다. 대상 학교는 해마다 바뀐다.

행사는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동원중공업 박수관 회장(61)이 시작했다. 대통령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지역감정에 대해 가슴 아파하면서 이런 문제는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청소년들에게까지 부정적 유산을 물러줘서는 안 된다는 신념도 작용했다. 2002년 시작했지만 2009년과 지난해는 사정상 열리지 못했다. 경비 전액은 박 회장이 부담하고 있다. 부산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사회공헌사업에도 남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고향은 여수.

학생들은 15일 낮 12시 신라대 기숙사(백양생활관)에 도착해 함께 점심을 먹으며 처음 마주했다. 팀을 나눈 뒤 구호와 깃발도 만들었다. 가라사대 게임, 뽕짝게임, 도전 99초, 도전 노래방, 나도 스타 프로그램으로 한데 어울렸다. 인솔 선생님 소개와 팀 대표게임, 학교도 소개했다. 저녁에는 장기자랑, 댄스 경연대회, 초청팀 공연에 이어 사랑으로 하나 되는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에는 광안대교와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 부산박물관, 유엔기념공원 등을 돌아봤다. 이어 친구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며 ‘짧은 만남, 영원한 친구’로 지낼 것을 약속하고 아쉬움을 달랬다.

부영여고 김지수 양(16)은 “이번 만남은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문화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출발이었다”며 “우정을 쌓고 서로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서여고 장예지 양(16)도 “지역갈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민주주의 실현은 힘들 것”이라며 “이런 만남이 밝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충석 여수시장은 “영호남 청소년들이 열린 마음으로 만난 만큼 미래도 밝다”며 “내년에는 부산 청소년들이 여수세계박람회장을 방문해 우정을 나누고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관 회장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거리감을 영호남 청소년들이 무심결에 표현하는 것을 봤다”며 “서로 만나 마음을 나누다 보면 지역의 벽은 허물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