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과부 장관 - 美 창의교육 전문가 수지 오 박사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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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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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못 가르치는 교사 실력이 교장 실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수지 오 박사가 12일 정부중앙청사 장관집무실에서 교장의 역할과 교사의 역량강화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수지 오 박사가 12일 정부중앙청사 장관집무실에서 교장의 역할과 교사의 역량강화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초 국정연설에서 한국의 교사들을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표현하면서 한국 교육을 칭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무능한 교사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자국의 교사들이 교육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교육현실을 개선하려면 교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며 교원평가제를 새로 도입해 시행하는 중이다.

두 나라의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르지만 교육을 이끄는 교사에게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공통적인 셈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미국 교육계에서 창의·인성 교육 전문가로 통하는 수지 오 박사를 12일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점이 다시 확인됐다. 오 박사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시작해 18년째 로스앤젤레스에서 공립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오 박사가 “학교 현장에서 교장의 역할과 교사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해 정부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열자 이 장관은 “한국의 교육정책도 교장의 역할을 강화하고 교사의 노력을 독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대답했다.

오 박사는 자신의 경험부터 얘기했다. “미국의 교장은 끊임없이 배운다. 나도 20년 가까이 교장을 하지만 최근에도 18개월짜리 장기연수를 스스로 받았다. 배우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교장은 학교를 이끌어나가는 최고경영자(CEO)이자 심장이다. 학교에서 가장 못 가르치는 교사의 실력이 바로 교장의 실력이고 학급에서 공부를 가장 못하는 아이의 실력이 바로 담임교사의 실력이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여기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3년 반 동안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일 중 하나가 교장에게 자율권을 많이 주는 방안이었다. 교장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책임감과 열정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교사 역량의 개발이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국에는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교수법을 연구하는 교사가 많다.”(이 장관)

“꼭 필요하다. 학생의 사고를 유도하는 과정과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교사가 배워야 한다.”(오 박사)

“미국 교사는 어떤 식으로 수업능력을 향상시키나.”(이 장관)

“인성이나 창의성, 수학 등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의견을 나눈다. 연수를 통해 많이 배우는 교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오 박사)

이 장관은 “한국의 경우 학생지도 규정을 담은 학칙을 학교장이 정한 뒤 교육청의 승인을 거치도록 돼 있다”고 말하자 오 박사는 “학칙은 당연히 학교의 것이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학칙을 만든 뒤 학부모에게 내용을 알려 서명을 받는다. 그걸로 끝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이 교육적 차원의 체벌이 미국에서 가능하냐고 묻자 오 박사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획일적인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학생에게 문제가 생기면 교사가 학부모와 먼저 상담을 한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우리 학교에 한국인과 유대인 학생이 많다”며 “유대인 학부모는 내 교육철학이 무엇인지를 자주 묻지만 한국 학부모는 오직 자기 자식에게만 관심이 있는 점이 차이”라고 비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수지 오 박사는::

-1970년 미국 이민
-1975년 고교 영어교사로 미 교직 입문
-1993년∼현재 로스앤젤레스 공립 초등학교 (Third Street Elementary school) 교장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 서울시 ‘조국을 빛낸 해외동포’ 선정
-2002년 캘리포니아 교육행정가협회 선정 ‘올해의 교장상’ 수상
-남캘리포니아대(USC) 교육학박사
-캘리포니아주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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