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대 이순자 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전국 최고 시설을 갖춘 외식조리동에서 조리학과 학생의 수박 조각 솜씨를 보고 있다. 이 총장은 “학생은 자식이라는 생각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요리계의 피카소가 꼭 될 겁니다.” 고도(古都) 경북 경주시에 있는 경주대 외식조리학과 2학년 김영준 씨(21)는 23일 “내 삶을 아름답게 요리하는 데 필요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정보관광고를 졸업하고 경주대에 진학한 김 씨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한민국 인재상’(대통령상)을 받았을 정도로 만만찮은 실력을 갖췄다. 요리 관련 국가자격증이 5개나 있다. 각종 대회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다. 중학생 때까지 미술 공부를 했던 그는 “요리나 미술은 모두 예술이어서 피카소를 닮은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미래를 꿈꾸는 공간인 외식조리동 5층 건물은 100억 원을 들여 지은 국내 대학 가운데 최고 시설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경주대는 신입생 정원을 불과 70%만 채웠을 정도였다. 학교 분위기도 어수선해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는 패배주의적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신입생 정원(1400여 명)을 모두 채우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8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승엽 교수(42·건축학과)는 “지금처럼 캠퍼스에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처음이어서 마치 다른 세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대의 ‘괄목상대’는 2009년 6월 취임한 이순자 총장(62·여)의 ‘엄마표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6남매를 키우면서 악착같이 공부한 삶을 대학 경영에 쏟았다. 묵은 때를 지우듯 대학 구석구석 만연한 비효율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씻어냈다. 이 총장은 “학교 문을 닫든지 확실하게 운영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 앞에 놓여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총장은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으면 점심 때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에게 밥을 퍼준다. 간장 된장은 직접 담가 먹는다. ‘학생=자식’이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관광문화 특성화 대학’이라는 경주대의 이름값을 이제야 반듯하게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올 들어 외국인 교수를 70명 채용한 데 이어 전교생이 한 학기는 의무적으로 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스위스 유명 호텔학교 및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 전문학교와 학생 파견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에 국제학부를 신설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총장은 “신라 천년 역사처럼 풍성한 콘텐츠를 갖춰 아시아 최고 관광문화 특성화 대학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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