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비아그라, 의사처방 없이 팔게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카스 슈퍼판매 보상 차원… 일반의약품으로 전환 요구‘당번약국 5부제’도 없던일로

대한약사회가 21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 제니칼 노레보원 등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박인춘 약사회 부회장은 “해외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저용량 50mg), 비만치료제 제니칼, 응급피임약 노레보원의 일반약 전환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약사회가 요구하는 대표적인 의약품의 지난해 국내 매출 규모를 합하면 1000억 원이 넘는다. 다국적제약사인 화이자가 판매하는 비아그라가 약 387억 원이며 비만치료제인 제니칼(로슈)은 90억 원 △응급피임약인 노레보원(현대약품) 31억 원 △천식흡입약 세레타이드(GSK)가 96억 원 △심비코트(아스트라제니카) 21억 원 등이다.

여기에 이미 보건복지부가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고 제시한 잔탁 큐란 등 위산제거제, 손톱무좀 치료제, 인공누액 등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큐란(일동제약) 매출액은 316억 원, 잔탁(GSK)은 70억 원이다.

이들 전문의약품이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일반의약품 시장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8월부터 슈퍼 판매가 예정된 44개 의약외품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1600억 원이었다. 약사회가 비아그라 등에 대한 재분류 요구로 슈퍼로 빠져나간 의약품 매출액 이상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비아그라와 제니칼은 각각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중증 간 손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며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전문의약품 재분류를 보상 차원에서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약-일반약 재분류는 학회의 의견을 취합해 시간을 두고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1일 중앙약심위에서는 처방약을 뺏기지 않으려는 의료계와 파이를 키우려는 약계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약사회는 16일 오후 상임이사회를 열고 2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당번약국 5부제 실시를 유보하기로 했다. 당번약국 5부제는 일반약 슈퍼 판매 논란이 일자 약사회가 대안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방안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