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첫 규명…12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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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등 3개 경기도 승부조작 의혹..검찰 계속 수사
폭력조직 출신 브로커, 스포츠토토 배당금 노려 선수 매수

4월 열렸던 프로축구 러시앤캐시컵 경기를 대상으로 한 승부조작은 폭력조직 출신 브로커들이 스포츠토토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전주(錢主)로부터 돈을 받아 선수들을 매수해 저지른 범행으로 검찰이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K-리그 정규경기를 포함해 3개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9일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결과를 발표한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성희)는 현직 프로축구 선수 5명을 구속기소하고 프로축구 선수를 포함한 관련자 7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등 모두 12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인원은 이달 초 구속기소된 브로커 2명과 군검찰에 구속된 김동현 선수(27)와 자살한 정종관 선수(30), 기소중지된 조직폭력배 2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에 이른다.

◇승부조작 누가 어떻게

검찰은 이미 구속기소된 브로커 2명 가운데 경남 창원시에 근거를 둔 폭력조직 '북마산파' 출신 김모 씨(27)가 배후세력 없이 이번 승부조작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브로커들은 이모(32)씨 등 전주 2명으로부터 선수매수 자금 2억8000여만 원을 받아 4월6일 러시앤캐시컵 대전-포항전과 광주-부산 경기 이틀전 대전시티즌 박모 선수(26)선수에게 1억2000만 원, 광주FC 성모(31) 선수에게 1억 원을 각각 건냈다. 나머지 6000만 원은 스포츠토토에 베팅했다.

전주 2명은 선수매수 자금 2억8천을 제공했으나 자신들은 베팅을 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게 되자 검찰에 승부조작 사실을 제보했으며 불구속기소됐다.

브로커들은 승부조작을 모의과정에서 김동현 선수를 통해 대전시티즌 박 선수와 전북현대 출신인 정종관 선수를 소개받았다.

정종관 선수는 브로커들을 광주FC 성 선수와 연결해줬다.

대전시티즌 박 선수는 브로커들로부터 1억2000만원 을 받아 동료 7명에게 건넸고 자신은 2700만 원을 챙겼다.

검찰은 대전시티즌 신모(26) 양모(25) 김모(27) 선수 3명을 박 선수로부터 1100만~4000만 원씩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또다른 대전시티즌 선수 4명은 150만~600만 원씩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나 공격에 소극적으로 가담하는 방법으로 승부조작을 했으며 결과적으로 대전시티즌이 포항스틸러스에 0대3으로 졌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광주-부산 경기는 광주FC 성 선수가 받은 매수자금이 그날 경기를 뛴 선수들에게까지 전달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승부조작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성 선수는 자신이 받았던 1억 원 중 2000만 원을 챙기고 8000만 원은 소개비 명목으로 김동현과 정종관 선수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거액 베팅은 어떻게 했나

스포츠토토는 1회 베팅한도액이 1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직접 베팅을 하지 않고 전국의 복권방 10여 곳에 수수료를 주고 2000먼~3000만 원씩 나눠 맡긴 뒤 10만 원 이하로 금액을 바꿔가며 연속 베팅을 하게 했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이런 방법으로 4월6일 러시앤캐시컵 2경기에 1억9000만 원을 베팅해 6억2000여만 원의 배당금을 타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북마산파 출신 조직폭력배 1명 등 브로커들과 가까운 2명이 베팅 자금을 일부 조달하는 등 이 과정에 개입한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기소중지했다.

브로커들이 맡긴 돈을 10만 원 이하로 쪼개 베팅해 준 복권방 업주들은 영세 상인인데다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도 복권구매를 도왔다는 확증이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승부조작 경기에 베팅

검찰은 구속기소된 대전시티즌 선수 중 1명으로부터 대전-포항경기에서 대전이 질 것이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스포츠토토에 베팅한 포항출신 김정겸 선수(35)도 불구속기소했다.

김정겸 선수는 자신의 돈 1000만 원을 친척을 통해 베팅해 2800만 원을 챙겼다.

김정겸 선수에게 승부조작 사실을 흘린 대전시티즌 선수 1명 역시 승부조작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스포츠토토에 1600만 원을 베팅해 2820만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K-리그 3경기도 승부조작 혐의

검찰은 브로커들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러시앤캐시컵 2경기 외에 지난해 하반기 K-리그 정규리그 2경기와 컵대회 1경기를 포함해 3개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혐의를 추가로 확인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컵대회뿐만 아니라 정규대회를 대상으로도 시도됐다는 점을 공식 확인한 것이어서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이 더 커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최초로 규명한 점이 큰 성과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전주와 브로커, 선수들로 연계된 프로축구 승부조작 구조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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