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던 여성 ‘묻지마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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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아내 미워서 아무나 죽이려”… 50代, 흉기 휘둘러

부인과 딸이 7개월 전 가출한 데 앙심을 품고 엉뚱하게 지나가는 여성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9월 “행복한 가정이 보기 싫었다”며 집에 있던 주부를 살해하는 등 지난해에만 3건의 묻지마 살인사건이 신고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일 오후 6시경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골목길에서 귀가하던 회사원 류모 씨(32·여)의 왼쪽 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이모 씨(54·전기설비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 폭력 등 전과 9범인 이 씨는 사건 당일 오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취한 상태에서 흉기를 들고 나가 아무 이유 없이 그 순간 눈에 띈 류 씨를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사람들이 칼에 찔린 부위를 지혈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류 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이 씨는 사건 발생 5시간이 지난 오후 11시가 되어서야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딸과 함께 집을 나간 뒤부터 여성들이 미웠다”며 “그냥 아무나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아내와 딸이 지난해 11월 가출하기 전부터 경제적인 문제로 가정불화를 겪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집 근처 편의점에 18만 원의 외상이 있을 정도로 실제 최근 몇 개월 동안 일거리를 전혀 맡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아내와 딸이 가출한 이후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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