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에 펑펑 빌려준 ‘농가 지원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농협, 교사-공무원 등 486명에 37억 불법대출

2008년 12월 농협과 농림수산식품부는 감사원 감사를 받다 혼쭐이 났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농가를 돕기 위한 자금을 ‘대출 부적격자’인 교사, 공무원 등에게 불법으로 대출해주다 걸렸기 때문이다. 당시 감사원은 농협 측에 대출금을 회수하도록 지시하고 농식품부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제도 보완을 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나도록 이 같은 지적은 ‘쇠귀에 경 읽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이 또다시 중·소농가를 위한 정책자금을 공무원 등에게 대출해주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6일 발표한 ‘농업정책자금 집행 및 관리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농협은 2009∼2010년 총 37억4181만 원의 중소농 지원 정책자금을 교사, 공무원 등 486명(541건)에게 불법 대출해주고 이차보전자금(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7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농축산경영자금, 농업종합자금, 상호금융대체자금 등 농업정책 자금은 농가부채 경감을 위해 마련한 재원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대출해 줄 수 없는 돈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초 전남지역 농협지점에서는 대출을 신청한 사람이 농사를 짓지도 않는 공무원인 걸 뻔히 알면서 900만 원의 축산경영자금 대출 신청을 그대로 받아줬다”며 “이런 식으로 전국 375개 농협에서 비슷한 형태의 불법 대출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3년 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만큼, 농식품부는 농협이 대출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지도·감독해야 했는데 농협 측에 대출담당자 업무교육을 강화하도록 한 것 외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날 농식품부에 농협이 불법 대출해준 자금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농협 측에 대출 경위를 조사해 관련 임직원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