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화순군수, 이번엔 지명처럼 ‘和順’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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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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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기자
정승호 기자
4·27 재선거에서 당선돼 28일 취임한 홍이식 전남 화순군수는 취임사에서 ‘군민 화합’과 ‘초심(初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동안 ‘부부 군수’, ‘형제 군수’ 대결로 지역 안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다 역대 군수 3명이 내리 불명예 퇴진한 오명을 씻겠다는 것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의 화순군수 선거는 ‘군수 잔혹사’로 불릴 만했다. 이번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임호경 전 군수가 2002년 취임 한 달도 안 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돼 중도하차하면서 불명예의 씨앗이 뿌려졌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임 전 군수의 아내인 이영남 씨가 군수에 당선돼 ‘부부 군수’가 탄생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전형준 전 군수가 이 전 군수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그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그 뒤 열린 보선에서는 동생인 전완준 전 군수가 당선돼 ‘형제 군수’ 시대를 열었다. 전완준 전 군수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임호경 전 군수에게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잃으면서 이번 재선거가 이뤄졌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고소 고발이 잇따랐고 형제와 부부가 동원된 집안 간 반목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지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 무관심은 커져만 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이 떠안아야 했다. 2002년 이후 6차례, 2년 가까이 부군수 권한대행체제가 반복되면서 화순군 행정은 정체를 면치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60%를 넘는 높은 투표율이 주민들의 변화 욕구를 잘 보여줬다. 홍 군수는 선거 초반 임 전 군수에게 밀린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군의원 2선, 도의원 3선의 탄탄한 지역 기반을 토대로 결국 이겼다.

군민들은 홍 군수가 역대 군수들과 달리 군정을 잘 꾸려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과연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형제 군수’의 지지가 승리의 한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홍 군수는 “형제 군수, 부부 군수라는 불행한 화순의 정치사를 종식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화순(和順)’이라는 지명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고장을 만들어갈지 조용히 지켜볼 일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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