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KAIST 후배들” 해외 유학 이공계 선배들의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2일 03시 00분


“실패도 능동적으로 해라, 너희는 결코 약하지 않다”

■ “명확한 인생 목표부터 세워라”
권오경 한양대 공대 학장(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옛날처럼 ‘악으로 깡으로’ 식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은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힘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다. 공부할 때 궁금한 게 있으면 원인을 이해하기 전까지 열흘간 잠을 안 잔 적도 있다. 목표를 세울 때는 반드시 멘터와 함께하라.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절한다. 학생 스스로 교수를 찾아가 상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전공 밖의 세상과 소통하라”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 박사)


최근에 벌어진 KAIST 사태의 근본 원인은 징벌적 등록금제나 영어 강의가 아니다. 학교가 학생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경쟁을 밀어붙인 탓이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교수나 학생만이 이의를 제기했다.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현상에 관심이 없고 사회와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 경쟁 구도에만 매몰돼 있지 말고 소통능력과 리더십을 길러 현실을 개선하려는 고민을 해라.

■ “학점이 인생을 결정짓지 않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미국 듀크대 공학 박사)


대학 이름이나 학점이 인생 전체를 결정짓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나약해서가 아니라, 인생에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전공 외 분야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난 듀크대 박사과정 당시 잠수함 탐지 기술에 관심이 많아 틈만 나면 친구 7, 8명과 기술에 대한 난상 토론을 벌였다. 어떤 분야에 푹 빠져 연구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 “자신감 있게, 생각은 유연하게”
임주환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공대 공학 박사)


공부든 인생이든 자율성이 중요하다. 학생 스스로가 인생을 능동적으로 선택해야 창의성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공계 분야는 생각이 창의적인 사람이 이끈다. 학교에서 정해준 틀대로만 공부하는 학생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독일 학생들은 학교를 1, 2년 늦게 졸업했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페이스 조절을 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고 생각이 유연하다.

■ “경쟁을 의연하게 받아들여라”
김정익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센터 책임연구원(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기계공학 박사)


내가 MIT에서 배운 것은 새로운 지식보다는 경쟁하는 방법이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밤낮 공부하는 것보다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실망감과 좌절감을 적절히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누구든 현재보다 더 나은 집단에 들어가고 싶지 않겠는가. 경쟁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과학도다운 냉철함 갖기를”
신희섭 KIST 뇌과학연구소장 (미국 코넬대 유전학 박사)


이공계 학생들이 영어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과학 쪽이 원서를 가장 많이 보기 때문에 영어를 어차피 잘하게 돼 있다. 연구가 안 될 때 괴로운 건 당연하다.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여론이나 학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상황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일에 비해 정말 더 힘든 일인지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과학적인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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