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 강국이 선진국이다]<1>한반도, 안전지대 아니다 - 커지는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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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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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폭설… 3연속 태풍… 재해 패턴 깨지고 갈수록 거칠어져

폭설과 태풍 집중호우 이상한파 등 한반도를 엄습하는 자연재난이 잦아지면서 갈수록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70여 년 만의 최대 폭설로 이상저온이 지속됐다. 여름에는 평년보다 7일 많은 열대야가 발생했다. 가을에는 태풍 ‘곤파스’에 이어 추석 명절기간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런 현상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폭우와 태풍으로 중국, 인도, 필리핀, 프랑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3000여 명이 숨졌다. 이재민은 20만 명 이상 발생했다. 브라질 아마존 강 일대는 극심한 가뭄으로 수위가 108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130년 만의 폭염이 발생하는가 하면 영국에는 50년 만의 한파가 몰아닥쳤다.

○ 기후 변화가 원인

이상기후는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전 지구의 1∼10월 평균기온은 14.73도로 20세기 평균보다 0.63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고온은 적도 태평양 해역의 해수온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강한 ‘엘니뇨’ 현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반도에는 1월 6일 강원 철원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26.8도를 나타냈다. 강릉에서는 7월 21일 낮 최고기온이 사람 체온과 비슷한 36.0도였다. 서울에서는 9월 21일 1984년 이래 하루에 내린 비로는 가장 많은 259.5mm가 쏟아졌다.

특히 8월 9일 제4호 태풍 ‘뎬무’가 상륙한 데 이어 9월 1일에는 제7호 태풍 ‘곤파스’, 6일 9호 태풍 ‘말로’가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해 남해안과 제주 일대에 큰 피해를 주었다. 예전에는 태풍이 필리핀 동남쪽 적도 부근에서 발생했으나 최근 태풍은 대만 부근 해역에서 발생해 불과 1, 2일 만에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곤파스가 상륙했을 때 경기 성남시에서 소형 간판이 떨어지면서 1명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정부는 5m² 이하 소형 옥외광고물은 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게 한 관련법 규정을 고쳐 모든 광고판 설치에 대해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 재난 피해도 갈수록 커져

자연현상에 의한 재난 외 교통사고나 화재, 익사 등 재난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9년 발생한 재난은 29만2287건으로 전년보다 7.4% 증가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를 포함한 인적피해 규모도 37만6835명으로 2008년 35만5832건을 앞질렀다. 전체 재산피해 규모는 3001억7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화재는 4만7318건이 발생해 전체 재난의 16.2%를 차지했다. 건수에 비해 재산피해는 2557억1800만 원을 전체 재산피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여름 행락철마다 ‘수영금지’ 표지를 붙이고 안전요원을 배치하지만 2009년 물에 빠져 숨진 사람은 326명에 이르렀다. 등산 도중 발생한 안전사고는 2009년 2366건으로 2008년 1221건, 2007년 763건에 비하면 매년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 첨단장비와 전문인력 확충

정부는 지진과 화산폭발 등 각종 재난에 위성영상을 활용하기로 하고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소방방재청에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립방재연구소에는 지진해일을 연구한 박사급 인력이 1명만 근무하는 등 확충해야 할 전문인력 분야는 아직도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또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부서가 이원화돼 신속한 대응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개 재난관리 부서와 건설 부서가 각자 재난에 대응하다 보니 혼선을 빚기 때문이다.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소상공인은 풍수해로 인해 연평균 3972곳에서 1101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고 있으나 국가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민간 의연금이나 개인적 융자로 피해를 메우는 실정이다. 정부는 보험업계와 협의해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을 위한 풍수해보험 개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단층 - 지진위험지도 만들어 정확한 정보 제공” ▼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인터뷰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사진)은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일본 사태에서 보듯 각종 재난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며 “지진해일 등 그동안 예상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는 지진이나 지진해일 안전지대가 아닌가.

“물론 일상적인 위험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일본 서해안 강진 때 동해안에서 선박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일본 서해안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동해안에 어떤 피해를 줄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한 것이다. 내년까지 한반도 활성단층지도와 지진위험지도를 개발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진해일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이번 연구는 시작 단계다. 앞으로 계속 연구 대상을 늘려 지진해일 침수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어느 지점이 얼마나 잠기는지 알면 어디에 대피시설을 만들어야 할지 알 수 있지 않겠나. 위험 지역에는 경보설비도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14억 원을 들여 36곳에 경보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자연재난뿐 아니라 화재나 각종 안전사고도 줄지 않고 있는데….

“방재청은 화재와의 전쟁을 통해 인명피해 절감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2007∼2009년간 평균 화재 사망자가 434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03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단독주택에 화재경보기 달아주기 운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소방차 길 터주기 등은 상시적 국민 캠페인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정부 “지자체에 24시간 재난감시 전문인력 확충” ▼


한국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형 자연재난이 발생하면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편성해 대응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대형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지만 일본처럼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세운 ‘국가방사능 방재계획’에 따라 사태를 수습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재난으로 중대본이 설치된 경우는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 2007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 등 총 7차례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14조에 따라 설치되는 중대본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는다. 중앙본부 아래에는 △상황총괄반 △상황관리지원반 △행정지원반 △구조구급반 △자원봉사지원반 △공보지원반 등 총 6개 반을 설치한다. 중앙본부는 재난 예방부터 복구까지 모든 사항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문제는 지진이나 해일, 화산 등과 관련된 방재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 이런 특정 재난분야를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도 부족해 실제 재난 발생 시 사고 대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지질 해양 환경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방재조직을 확대하거나 신설할 계획을 세웠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꾸려지는 재난관리부서의 전문성 부족도 효율적인 재난대응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지시를 내려야 하는 만큼 정부는 자연재난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직 부서장을 영입해 건설·하천관리 부서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24시간 재난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인력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교과부가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설치해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의학원 및 지자체 등과 사고에 대응하게 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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