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부고, 학기중에… “반 재편성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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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우열반 만든 이대부고에 지시… 1, 2학년 혼란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인 서대문구 이대부고에 1, 2학년 학급을 다시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규정상 하지 못하는 우열반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율고에서 우열반을 운영하다 학급을 재배치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

이대부고는 지난해부터 중학교 내신성적이 50% 이내인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자율고로 바뀌었다.

이 학교는 1, 2학년의 문·이과에 우수반을 하나씩 만들어 성적이 좋은 학생을 모아 놓았다. 지난해에도 우수반을 운영했지만 이번에 학부모가 교육청에 제보를 하기 전까지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반 편성을 다시 한다는 소문은 1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만우절 거짓말로 알았다가 ‘학생 재배치를 위한 학부모 회의를 개최한다’는 가정통신문이 나오자 혼란에 빠졌다.

학생들은 “개학 전 오리엔테이션과 예비학교를 함께 하면서 두 달간 새 환경에 적응했는데 갑자기 반을 바꿀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일부 학생은 이 사실을 교육청에 제보했다고 의심되는 학생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08년 발표한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 계획’에 따르면 일부 과목에서 수준별 수업은 가능하지만 여러 과목의 합산점수를 기준으로 정하는 우별반은 편성하지 못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열반 금지는 예전부터 합의된 내용이다. 올해 1월에도 관련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에서 정한 과목별 필수 이수단위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우열반은 편성하지 못한다는 설명.

이대부고는 학급마다 다른 수업 진도를 감안해 중간고사 전까지는 현재대로 수업하고, 이후에는 우열반을 없애고 새로운 학급을 편성할 방침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4일 학부모회의에서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잘못은 최대한 혼란 없이 수습하겠다”며 “(우열반 대신) 방과후학교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반 편성을 다시 하라는 시교육청의 조치에 한 학생은 “이제 막 적응기간을 끝냈는데 다시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면 학습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이런 사태를 염두에 두고 학급을 편성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교에 불만을 드러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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