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가 세계적 동굴 관광지로 개발할 경기 광명시 가학동 일대 ‘가학광산’. 광산 내부에
서 흘러나온 암반수가 물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광명시 제공
판타지영화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에는 모리아광산 전투신이 나온다. 끝없이 몰려드는 괴물과 반지원정대 간 전투는 음산하고 거대한 폐광산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뤄 지금도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마치 모리아광산을 연상케 하는 폐광산이 수도권에도 있다. 바로 경기 광명시 가학동 일원 ‘가학광산’(옛 시흥광산)이다. 광명시는 가학광산을 세계적 동굴 관광지로 개발할 방침이다.
○ 한때 수도권 최고 금속광산
28일 오전에 찾아간 가학광산은 자연동굴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연동굴이 수천, 수만 년에 걸쳐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인공동굴인 가학광산은 수많은 사람의 손길로 제작된 거대한 예술작품을 연상케 했다. 가학광산은 1912년 처음 채굴을 시작해 약 60년 동안 금 은 동 아연 등을 생산하다 1972년 폐광됐다. 한때 종업원이 500여 명에 이르고 채굴량이 하루 250t을 넘는 수도권 최고 금속광산이었다.
문을 닫은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마치 어제 채굴이 이뤄진 듯 갱도 곳곳에는 깨지고 부서진 돌덩이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광산 입구에서 50m쯤 들어가자 끝이 보이지 않는 갱도 3곳이 나왔다. 각 갱도는 또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퍼진 크고 작은 동공(비어 있는 굴)들로 이어졌다.
이런 갱도들이 땅속 약 30m 간격으로 7개 레벨에 걸쳐 만들어졌다. 지상 1층 지하 7층 구조로 이뤄진 광산인 셈이다. 광산 내 갱도의 총연장은 7.8km, 깊이는 275m에 이른다.광명시 관계자는 “가학광산은 수도권 유일의 금속 폐광산”이라며 “지금도 적지 않은 금속이 매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규제 등으로 더 이상 채굴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세계적 동굴 관광지로 개발
광명시는 10여 년 전부터 가학광산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 1999년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가학광산 주변을 대상으로 생태환경공원 조성 계획을 마련했다. 2007년에는 폐광산을 이용한 테마파크 조성 사업안이 수립됐다. 2009년에는 폐광산지역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특히 올해에는 ‘광명동굴월드’(가칭)로 이름을 짓고 개인이 소유했던 폐광산 터를 사들였다. 또 사업 규모 등을 정할 용역을 발주하고 갱도 정리 사업을 할 예정이다. 광명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관련 인·허가를 마친 뒤 이곳에 레일바이크 입체영화관 동굴공연장 같은 다양한 문화예술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와인 저장고 및 시음장, 발효식품 저장고 및 판매장도 운영할 방침이다.
사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해 경기도가 수도권 주요 폐광산을 대상으로 개발가치를 평가한 결과 가학광산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고속철도(KTX) 광명역에서 1.5km 떨어져 있고 주변에 서해안고속도로 제2·3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이 지나는 등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광명시는 최대 1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민간투자 등을 통해 조성할 계획이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가학광산은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와 붙어 있고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에 자리하고 있어 개발 전망이 밝다”며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이미 관심을 나타낸 곳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