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아들의 혼 담긴 3·26기관총, 아들같은 해군 지켜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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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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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민평기상사 모친 윤청자 씨 보험금-성금으로 18정 기증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가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3·26 기관총’ 기증식에 참석해 자신이 기증한 기관총을 살펴보고 있다. 윤 씨 왼쪽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평택=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가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3·26 기관총’ 기증식에 참석해 자신이 기증한 기관총을 살펴보고 있다. 윤 씨 왼쪽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평택=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마치 죽은 아들의 시신처럼 K-6 기관총을 조심스럽게 만진 윤청자 씨(68)의 무릎이 털썩 꺾였다. 행사 내내 간간이 흐르는 눈물을 꾹꾹 막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윤 씨는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서럽게 오열했다.

25일 오전 11시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부두에 정박한 영주함(1200t급)에서 ‘3·26 기관총’ 기증식이 열렸다. 이날 기증식은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전사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 씨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K-6 기관총을 해군에 기증하기 위한 행사였다.

윤 씨는 지난해 6월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적은 돈이지만 무기를 구입해 우리 영토를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적을 응징하는 데 써 달라”며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 원과 중소기업 직원들로부터 받은 성금 898만8000원을 기탁했다.

해군은 이런 윤 씨의 뜻에 따라 K-6 기관총 18정을 구입해 천안함과 동급의 영주함을 비롯한 2함대 소속 초계함 9척에 2정씩 장착하기로 했다. 기관총은 천안함 폭침일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3·26 기관총’으로 명명돼 기관총 몸통에 양각으로 새겨졌다.

검은색 코트 차림의 윤 씨는 이날 바닷가의 칼바람 속에서도 꿋꿋한 모습을 유지하며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에게 모형 기관총을 전달하고 해군의 감사패를 받았다. 하지만 K-6 기관총을 부여잡았을 때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윤 씨는 “모두 아들 같은 우리 해군 장병들의 소중한 몸을 지켜주는 기관총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고 해군 측은 밝혔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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