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이재민 하사에게 아버지 이기섭 씨(5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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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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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리울 땐 바다를 본다

재민아, 할머니는 치매 때문에 2년째 병원에 입원 중이란다. 요즘은 증세가 점점 더 악화돼서 그렇게 예뻐하던 손자 녀석 얼굴조차 더는 기억 못하시더라. 그런 어머니가 나는 오히려 부럽단다. 나는 아직도 네 사진만 봐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거든. 너를 먼저 떠나보낸 뒤 당뇨 증세가 더 심해졌단다. 솔직히 일할 맛도 나지 않았고. 삶의 아픔이 너무 큰 탓이겠지. 네가 가슴에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면 혼자 평택 바다를 찾아가곤 한다. 전역을 고작 50일 남겨둔 우리 아들을 빼앗아간 바다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언제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또 가라앉기도 하거든. 그래도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듯, 좋은 일도 생기더구나. 재민이 사고 당시 고3 수험생이었던 네 여동생이 어느덧 대학생이 됐다. 오빠의 사고 충격으로 한동안 공부에서도 손을 놨었는데 뒤늦게 열심히 해 가고 싶어 하던 식품공학과에 합격했단다.

(이 하사=22, 경남 진주, 부모, 1남 1녀 중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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