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귀국’ 한상률 여권과 교감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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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에게도 안 알리고 입국
박연차 사건 마무리에 안도감… ‘현정권에 무언의 경고’ 시각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갑작스러운 귀국 배경을 놓고 갖가지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한 씨가 ‘그림 로비’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이나 자신의 변호인에게조차 입국 일정을 미리 알리지 않은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여러 채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수사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부인이 암 수술을 받는 등 더는 미국에 머무를 형편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에는 한때 “한 전 청장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뜬소문까지 나돌았다.

한 전 청장의 귀국 배경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권 핵심부와의 사전교감으로 검찰 수사 결과에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퍼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한 전 청장 출국의 계기가 됐던 ‘그림 로비’ 의혹에 대한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림이 건네진 2007년 초 차기 국세청장을 노리던 한 전 청장이 인사권자도 아닌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

야당은 국세청이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세무조사 과정에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소유라는 단서를 잡고도 이를 덮었다며 그 배후로 한 전 청장을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당시 검찰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안이어서 스스로 뒤집기는 어렵다. 결국 한 전 청장도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귀국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전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3주년을 하루 앞둔 24일을 귀국 날짜로 잡은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는 ‘현 정권에 기여한 공로와 2년 동안 해외에 머물며 입을 꾹 닫고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족쇄를 풀어 달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 같은 흐름에서 “수사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한 전 청장이 정권 실세의 비리에 대한 ‘폭탄선언’을 할 소지가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한편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25일 한 전 청장 관련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등 소환조사 준비에 착수했다. 한 전 청장도 검사장 출신 등 변호사 4, 5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과 회의를 갖고 28일 소환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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