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3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11일에 있었던 ‘옵션 쇼크’ 사건은 도이체방크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팀이 뉴욕도이치증권, 한국도이치증권과 공모해 448억 원대의 부당 시세차익을 얻은 사건으로 결론짓고, 도이체방크 홍콩지점 임원 3명, 뉴욕도이치증권 임원 1명, 한국도이치증권 임원 1명 등 관련 임원 5명과 한국도이치증권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독일 도이체방크 본사는 공모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한국도이치증권에 대해서는 고발과 별도로 파생상품 거래 등 일부 업무에 대해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 측은 주가조작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번 조치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조사와 관련해 한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고발장이 정식 접수되는 대로 본격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 ‘지수 흔든’ 유례 드문 사건
금융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홍콩지점 임원 3명은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2시 19∼50분에 7차례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풋옵션(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사들이고 2시 50분∼3시에 삼성전자 등 코스피200 구성종목 199개의 주식 전량(2조4424억 원어치)을 동시호가 직전 대비 4.5∼10% 낮은 가격에 팔았다. 모든 거래는 뉴욕도이치증권 담당 임원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고 주문 창구인 한국도이치증권도 개입했다.
금융위는 이번 사건이 개별 종목의 주가조작이 아니라 코스피 자체를 흔들어 전체 투자자를 공포에 몰아넣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주가조작 사건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자존심이 유린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최대 은행으로 세계 74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도이체방크는 일단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 고의성 입증 여부가 관건
문제는 ‘매물 폭탄’의 의도성과 관련해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통상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현물 투자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선물이나 옵션거래를 해 주가가 떨어져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한다. 이를 헤지 거래(차익거래)라고 하는데, 당시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은 이런 차익거래를 청산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에서 당일 거래명세를 분석한 결과 차익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풋옵션 매수거래가 10억 원대나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소명을 요구했지만 도이체방크 측은 “파생상품과 관련한 복잡한 전략 중의 하나”라고 뭉뚱그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세조종 사건의 경우 통상 ‘정황 증거’로 논리다툼을 하게 된다”며 “도이체방크가 과거에 이런 식의 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은 주식 대량 매도와 풋옵션 매수 거래를 같은 계좌로 했다. 주가가 떨어질 것을 뻔히 알고 풋옵션을 사들였다면 적어도 다른 계좌를 이용하는 정도의 치밀함은 보이지 않았겠느냐는 게 도이체방크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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