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엽총 난사’ 용서 못받겠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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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블루베리 농장에서 일어난 엽총 난사 사건과 관련, 피의자 손모(64)씨의 아들(29)이 23일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졌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 씨는 "수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농장에서 알몸으로 쫓겨나다시피 한데다 건강이 악화되다 보니 극단적인 일을 저지른 것"이라며 "아버지에 대한 변론 보다 언론보도에 드러나지 않은 얘기들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아들과의 일문일답.

-사건 발생 후 심정이 어떤가?

"단순히 재산 문제만으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처럼 언론에 보도 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다. 아버지가 이런 일을 하기 전에 하나밖에 없는 가족으로서 막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피해자 신 씨와 아버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아버지가 건축업을 하던 중 1998년 IMF 당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 재기를 위해 의류판매업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 신모(41·여)씨를 만나게 됐다. 의류 판매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2000년 무렵 간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후 아버지가 작은 블루베리 농장을 차리게 됐다. 신용불량자였던 아버지는 의류판매를 하며 알게 된 신 씨의 명의로 농장을 구입했고 서로 의지할 곳이 없다 보니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신 씨와 동거 후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냈나?

"신 씨가 함께 사는 걸 원치 않아 여동생과 나는 따로 나와서 생활했다. 블루베리 농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버지가 대학 등록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2003년 부사관으로 군대를 가게 됐다. 여동생도 생활비와 등록금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군 복무 시절 여동생에게 매달 용돈과 간암 치료비용 등을 보내주기도 했었다."

-사업이 잘됐는데 등록금도 챙겨주지 못한 이유가 뭔가?

"신 씨가 싫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농장이 신 씨 소유로 돼 있고 돈을 모두 관리하다 보니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주는 돈도 눈치를 보며 줬던 기억이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10년 동안 투병하던 동생마저 2008년 2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신 씨와 헤어지게 된 이유는 뭔가?

"블루베리 묘목이 국내에 없고 아이템 발굴을 위해 아버지의 해외출장이 잦았다. 이러는 사이 함께 일하던 신 씨와 정모(54)씨가 내연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2차례에 걸쳐 이런 사실이 아버지에게 발각되자 농장에서 나오게 됐다."

-이후 상황은 어땠나?

"사업을 위해 밤낮 없이 뛰던 아버지가 집에만 있다 보니 점점 무력해졌고 재산권 문제로 신 씨와 여러 번 다투기도 했다. 그때마다 신 씨는 아버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줄 돈이 없다고 했고 화가 난 아버지와 몇 차례 심하게 다툰 것으로 알고 있다."

-사건 후 아버지와 만났었나?

"면회 자리에서 아버지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어찌됐든 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것 아닌가?

"간단하게 얘기하면 언론에 보도된 재산문제로 인한 살인이 맞지만 아버지를 아는 사람들이 오해를 하지 않도록 이면에 대한 얘기를 꼭 들려주고 싶었다. 살인이라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을 벌인 아버지이지만 이런 고통을 수년간 겪어 왔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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