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송 항소심도 원고 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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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폐암 인과관계 있지만 제조회사 배상책임은 없다”

12년을 끌어온 ‘담배 소송’에서 법원이 흡연이 폐암 발병의 원인이라는 개별적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인정하고 폐암 환자 측이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소송을 낼 여지도 있다는 진일보한 판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선 담배회사가 제조 판매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는 15일 폐암환자 방모 씨와 가족 등 30명이 “담배를 피워 암에 걸렸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폐암환자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담배 연기에 다양한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고 이 때문에 폐암이 발생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KT&G가 독점적으로 담배를 제조해 판매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가 폐암의 발병 원인을 입증할 책임을 줄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제 아래 재판부는 “하루 담배 한 갑씩 20년 이상을 폐암 진단 때까지 피웠으며 흡연과의 연관성이 높은 편평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된 방 씨 등 4명은 흡연과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KT&G의 담배에 결함이 있거나 니코틴의 중독성과 흡수율을 고의로 높여 흡연자를 중독시킨 위법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KT&G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앞으로 별개 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추가 불법행위가 입증되는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담배회사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치료기관 설립과 금연운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KT&G 측에 주문했다.

이날 판결에 폐암 환자 측 배금자 변호사는 “재판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하고 거대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에 상고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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