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보다 더 어렵네”…재수학원 입시, 하늘의 별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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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다는데 걱정이에요. 우리 딸 꼭 붙어야 하는데…."

학부모 민모 씨(47·여)가 고사장 밖에서 초조하게 딸을 기다리며 말했다. 민 씨의 딸은 정시 '라'군 '강대' 입학시험을 쳤다. 대학 정시모집에는 가·나·다 군만 있지만, 정시모집이 끝난 뒤 재수학원 입시는 '라'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학 입시 못지않게 관문을 뚫기가 어렵다.

"강대가 무슨 대학이냐고요? 호호호. 강남대성학원 줄임말이잖아요. 사실 대학보다 들어가기 더 어려워요."

대학 정시모집이 끝나고 재수를 결심하는 학생들이 재수종합반이 개설된 입시학원에 속속 등록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어려웠던 2011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결과에 실망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나 명문대 진학에 재도전하겠다며 몰려 재수학원 입시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대성학원에서는 2000여명의 학생들이 학원 입학을 위한 시험을 치렀다. 전날부터 이틀간 시험을 치른 재수생은 총 4300여명. 이 가운데 200여명만이 학원에 입학할 수 있어 경쟁률은 21.5 대 1에 달했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 1200명은 '무시험 전형'으로 이미 학원에 등록한 상태다. 서초·강남 메가스터디나 종로학원 등도 입학시험 합격 경쟁률이 10 대 1을 훌쩍 넘었다. 일부 학생들은 여러 군데 학원을 돌며 시험을 보기도 한다.

학원 입시를 위해 다른 학원을 다니거나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은 기본. 민 씨의 딸은 두 달 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수학학원을 다니며 시험을 준비했다. 학부모 최모 씨(55·여)는 "우리 애는 동영상 강의만 들었다"며 "딸 친구는 '강대' 들어오려고 과외도 받았다는데 우리 애도 시킬 걸 후회된다"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일부 재수학원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학원의 화려한 대학 진학실적 때문이다. 강남대성학원 곳곳에는 서울대 합격자 명단이 자랑스레 나붙었다. 실제로 이 학원은 수능 성적으로 모집인원 1362명의 2배수를 선발한 서울대 정시모집 1차에서만 430명이 합격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강모 씨(46·여)는 "서울대 등 명문대에 학생들을 수백 명씩 보낸다고 해 딸이 수능 공부하듯이 학원 시험을 준비했다. 집이 지방이라 학원에 다니려면 학원비와 집 값 등 한 달 200만 원 정도가 들겠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별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의전원 폐지로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결심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늘었고, 인문계열 학생들도 명문대 경영대 진학을 노리면서 재수학원 입학 경쟁이 과열됐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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