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3월 예정)을 둘러싸고 영남지역 지방자치단체 간 힘겨루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경남 밀양을 지지해온 대구 경북 경남 울산이 26일 세를 과시하자 가덕도를 주장하고 있는 부산도 27일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정작 주관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갈등관리 과제로 올려놓고도 2009년 이후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한 차례도 개최한 적이 없다. 미적거리다 당사자 간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갈등 해결을 모색하는 법안들도 발의는 돼 있으나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
○ 갈등관리심의위원회 유명무실
국토부는 2010년 초 지역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동남권신공항, 경남-부산권 물 분쟁과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26개 과제를 갈등관리 과제로 지정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09년 갈등과제로 제시된 뒤 해결하지 못하고 2010년으로 이월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국토부는 단 한 차례도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갈등관리심의위원회는 매년 지정된 갈등관리 과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국토부는 위원회에 안건을 올리기 위해 갈등의 원인과 현상, 대안을 정리하는 갈등영향 분석도 2009년 이후 실시한 적이 없다.
2005년부터 국토부 갈등관리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용우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는 “갈등은 더 많아졌는데 2009년부터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 국회는 법안 정비 필요
2008년 이후 국토부가 결정한 갈등관리 과제를 살펴보면 해마다 20여 건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 이월됐다. 정부는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갈등관리를 한다. 현재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갈등 관리법안’(임두성 의원 발의)과 ‘공공정책갈등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기본법안’(권택기 의원 발의)이 발의돼 있다. 전문가들은 구속력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거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은 ‘행정분쟁해결법’, 일본은 ‘행정분쟁 해결 기본법’ 등 갈등관리 근거 법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31개 정부 기관에 구성된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비롯해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중앙분쟁조정위원회 등 갈등 해소 기구는 많다. 그러나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 위원회가 거의 없는 게 문제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갈등관리법안을 조속히 제정하고 갈등 발생 시 이해관계자, 정부, 갈등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갈등을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남 밀양 vs 부산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관련 지역 간의 다툼은 ‘점입가경’이다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 유치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부산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는 27일 부산역에서 ‘부산시민궐기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부산시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와 부산지역 460여 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시민 2만여 명이 참여했다. 시민연대는 향후 16개 구군별로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위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부산지역 각 기관 단체는 시내 주요 지역에 ‘신공항은 가덕도가 최적지’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앞서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등 영남권 4개 시도 200여 개 사회단체, 3000여 명은 26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이날 4개 시도 대표는 삭발식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항 명칭도 ‘영남권 신공항’으로 쓰며 부산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시내 곳곳에 현수막 100여 개를 설치했다.
이상득 의원이 13일 열린 경북도 당정간담회에서 “동남이라는 단어를 쓰니까 계속 부산이 생각나는 것 아니냐. 영남권 신공항으로 명칭을 바꾸고 영남 한복판에 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형님권력’까지 겹쳐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대구시 신공항추진본부도 28일 서울지역 주요 노선의 시내버스 광고를 시작했고 KTX 홍보도 준비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