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유병화/직업의 귀천을 가르치는 부모

  • 동아일보

직장에서 철근을 자르고 선반 밀링기계를 만지는 일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작업복에 적잖은 물과 기름이 범벅이 되어 묻기 때문에 세탁한 옷을 입지 않는 한 막일꾼 같다. 며칠 전 점심 때 일을 마친 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우는데 마침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손을 잡고 가던 엄마가 “너 열심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저런 일을 하게 된다”라고 말을 하는 것 아닌가.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부모가 자라나는 아이에게 직업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흔히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육체노동자나 공장 근로자들을 가리키면서 서슴없이 비하하는 말을 내뱉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고쳐야 한다. 중소기업 5곳 중 4곳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이때 대기업이나 공기업, 그것도 사무직만을 선호하는 부모들의 직업관은 바뀌어야 한다.

유병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