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외로움 ‘훌훌’… 천사들의 희망에 찬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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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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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아동원생 오케스트라 내일 첫 연주회

목포 아동원 원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꿈을 연주하는 아이들’이 29일 아동원 연습실에서 김사도 씨의 지휘로 첫 공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제공 목포 아동원
목포 아동원 원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꿈을 연주하는 아이들’이 29일 아동원 연습실에서 김사도 씨의 지휘로 첫 공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제공 목포 아동원
29일 오후 3시 전남 목포시 용해동 아동양육시설 목포아동원 강당. 정희성(가명·초교 4년·11) 군을 비롯한 원생 29명이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악기를 들고 지휘자 김사도 씨(39·광신대 음악학과 지휘강사)의 지휘에 따라 일제히 연주를 시작했다. 정 군은 부모는 물론 친인척도 없다. 목포아동원 원생 69명 가운데 정 군처럼 의지할 데가 없는 어린이가 12명이나 된다. 정 군은 “첼로를 켜다 보면 슬픔과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져요”라고 말했다. 정 군의 꿈은 음악가다.

목포아동원 아이들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꿈을 연주하는 아이들’은 31일 오후 7시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공연을 갖는다. 아이들은 ‘어메이징 그레이스’, ‘에델바이스’ 등 13곡을 연주하거나 합창한다.

2004년 6월 22일 홍의현 홍현악기 대표가 목포아동원에 바이올린 20개, 첼로 10개, 비올라 10개, 콘트라베이스 4개 등 현악기 44개를 기증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시골 작은 학교에 현악기를 보내온 홍 대표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꿈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악기를 기증했다”고 말했다.

악기를 갖게 된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창단을 위해 연습에 몰두했지만 열악한 여건 등으로 활기를 띠지 못했다. 음악을 통해 빈곤 아동들의 범죄율을 낮추고 꿈을 갖게 한 베네수엘라의 음악운동 ‘엘 시스테마’의 한국판 성공 모델이 사장될 뻔했다.

목포아동원은 포기하지 않고 지난해부터 후원자들이 낸 기부금으로 강사 3명을 찾았다. 강사들은 한 달 교통비 20만 원 정도만 받았다. 올 3월경 지휘자 김 씨가 연습에 참가하면서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할 정도로 연주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김 씨는 “아이들 가슴에 남아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톡톡 튀는 음으로 연주됐고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지만 참고 노력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신뢰를 얻게 됐고 공연을 할 정도로 화음도 맞춰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 몇 명이 음악으로 대학에 진학할 만큼 재능을 갖고 있어 꿈을 키워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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