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인천 중구 제물포고, 송도국제도시로 이전 방침 논란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명문고 살리기” vs “구도심 죽이기”

인천의 옛 도심인 중구 전동에 위치한 제물포고. 인천시교육청은 제물포고를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의 옛 도심인 중구 전동에 위치한 제물포고. 인천시교육청은 제물포고를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시교육청이 옛 도심인 중구 전동에 위치한 제물포고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근 주민과 기초자치단체 등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954년 설립된 인천의 명문고 가운데 하나인 제물포고가 떠나면 이 지역에는 교육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데도 옛 도심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 24일자 A16면 참조
[인천/경기]제물포高-만월中-만월초교 신도심 이전 추진


2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제물포고(면적 5만2082m²)는 지난달 학생 수 급감 등을 이유로 학교 이전 및 재배치 계획을 신청했다. 옛 도심에 위치하는 등 지리적으로 불리한 여건 탓에 재학생들이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원거리 통학생 비율이 높아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1학년도 예비지원 신입생 350명 가운데 110명이 지원하지 않았다. 또 제물포고 전교생의 45.1%가 통학에만 45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제물포고를 2014년까지 경제자유구역인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3공구로 이전하기로 했다. 제물포고가 이전하면 현재의 건물과 터는 도서관이나 평생학습시설, 다목적 복지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학교와 동문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12월까지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그러나 제물포고가 있는 중구와 옛 도심권인 인근 동구, 남구의회는 최근 “시와 시교육청은 제물포고 이전에 대한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공동으로 채택했다. 이들 의회는 “제물포고의 이전은 단순히 교육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시와 시교육청이 교육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나마 한 곳뿐인 공립고를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전하려는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제물포고의 이전을 막기 위해 주민서명 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시가 이 지역 주민들에게 약속한 옛 도심 재생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경제자유구역 개발 이익금으로 도시재창조기금 3조 원을 마련해 중구와 동구, 남구 등과 같은 소외된 옛 도심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물포고 이전은 옛 도심 활성화를 외면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시에 학교를 이전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한 제물포고 동문회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재학생이 줄어 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제물포고를 송도국제도시로 옮기면 학력수준을 향상시켜 인천의 전통 명문고로서의 이미지를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제물포고가 재학생과 학부모, 동문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 이전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