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부식과 균열을 치료하기 위해 경기 이천시 작업장으로 옮겨진 이순신 장군 동상이 7일 마무리 용접 작업을 위해 다시 세워졌다. 이 동상은 도색을 마친 뒤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진 제공 서울시
얼마 만에 누워 봤는지 모르네. 1968년부터 서울 세종로에 쭉 서 있었으니 42년 만이구먼. 내가 지금(7일) 있는 곳은 경기 이천시 설성면 수산리의 ‘공간미술’ 공장이라네. 지난달 14일 이곳에 왔네. 이곳저곳 삭신이 쑤셔 견딜 수 없던 차에 이곳에서 나를 치료해준다니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네.
누워 있던 나는 오늘 오전 좌대부분 용접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네. 공장 문 밖으로 가을걷이를 마친 조국의 들판과 야트막한 야산이 눈에 들어왔네. 부드럽게 백성들을 품고 있는 듯한 산하는 500년 전 그대로구먼. 사실 그동안 내가 발 딛고 있던 좌대는 그 아래 동상 받침과 접합되지 않은 채였네. 나는 그냥 얹혀 있었다네. 내내 미끄러져 떨어질까 불안했네.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이곳 사람들이 동상 받침과 나를 스테인리스 골조로 연결해주기로 했네. 미끄러질 걱정은 다시 하지 않게 됐네.
○ 21개 부위를 새로 만들어 붙여
죽은 나는 나이를 먹지 않았지만 동상인 나는 나이를 먹었네. 우습지 않은가? 죽은 자가 나이를 먹는다니. 나는 큰 판 6개와 작은 판이 여러 개 모인 6개 부위가 용접돼 만들어졌네. 시간이 지나며 용접 부위가 부식되면서 판이 서로 들떴네. 삭신이 쑤신 것은 그 때문이라더군.
그뿐이 아니네. 내 갑옷 뒷부분은 주물이 함몰됐다네. 아래쪽에는 구멍이 났지. 북에는 균열이 생겼다네. 나는 흙 거푸집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은 흙 알갱이 등의 이물질이 끼였어. 시간이 흐르면서 이물질이 떨어져나간 부위에 홈이 파였지. 거기부터 부식이 된 게야. 북과 거북선도 각각 4군데, 1군데에 균열이 생겼네. 사실 칼집 하단은 처음부터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 오른쪽 어깨 쪽 등은 용접이 잘 되지 않았었네.
이곳 사람들은 칼자루와 칼집 하단, 갑옷 하단 등 앞면 10군데, 투구 후면 등 뒷면 6군데를 새로 청동 주물을 해 만들어 붙였네. 용접이 가장 어려웠다더군. 몸에 붙은 이물질들이 용접 과정에서 퍽퍽 튀어 오르는 거야. 하지만 청동 조형물 제작만 30년 이상 한 전문가가 3명이나 있다네. 보수 작업은 60% 정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네. 지금은 가운데 균열부위 용접과 세공 작업을 하고 있네.
○ 내부는 스테인리스 골조 설치
이미 내부보강 작업도 마쳤네. 그동안 허리가 아픈 것은 내부가 부실해서였어. 원래 ‘ㄱ’자 모양의 철봉이 안에서 받치고 있었는데 나를 지지하기에 부족하다더군. 새로 사다리 4개가 ‘ㅁ’자 모양으로 붙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골조로 내부를 떠받치는 작업이 완료됐네.
난 여기 와서 먼저 고운 모래로 몸을 씻었네. 짙은 고동색을 칠했었지만 내 몸은 원래 황금색이야. 물론 구리와 주석 비율이 판마다 일정치 않아 주석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간 허리에서 엉덩이까지는 푸른빛이 돌고, 구리가 많은 왼팔은 붉은 빛이 돌았네. 내 몸에 새로 색을 칠하면 그런 것은 보이지 않게 될 것이네. 나는 노량의 바다가 피로 물들기 전 떠오르던 물빛 같은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딱히 말하기 어렵네.
나의 색은 ‘이순신장군동상보존 자문위원회’가 정한다네. 기존보다 밝고 건강한 느낌을 주는 색으로 칠할 것 같더군. 시민들이 색을 정하면 어떨까?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서울시민 여러분. 이달 22일 다시 서울 세종로에서 보지. 경남 통영시에는 거북선이 있다지? 한번 올라 푸른 남해를 다시 바라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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