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해외연수는 고시 출신 몫?

  • 동아일보

서울시 5급이상중 고시출신은 18%… 연수혜택 비율은 70%

서울시 5급 이상 간부 공무원의 해외 연수가 고시 출신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장기 국외 훈련’이라고 표현하는 해외 연수는 업무 및 어학 우수자를 선발해 선진 행정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추진돼 왔다. 이런 대외적 명분 외에 ‘근속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연수를 보내주는 성격도 있어 대다수 공무원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 인원은 적어도 연수는 고시출신 몫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6개월 이상의 장기 해외 연수를 다녀온 5급 이상 공무원은 모두 217명. 이 가운데 69.6%인 151명이 고시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 출신이 아닌 간부 공무원은 66명에 불과했다.

현재 5급 이상 서울시 간부 공무원 수는 1230명으로 고시 출신은 18%인 223명이다. 비(非)고시 출신은 82%인 1007명에 이른다. 하지만 해외 연수 기회에서는 고시 출신에 비해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6개월에서 2년에 이르는 서울시 공무원의 해외 연수는 행정 1부시장이 위원장을 맡는 ‘국외훈련 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선정한다. 근속기간과 시정기여도, 영어 성적, 다자녀 여부, 징계 여부, 연구계획서 등이 주요한 평가 대상이다.

고시 출신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영어 성적이 중요 평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고시 출신은 영어를 포함한 난도 높은 시험을 이미 치르고 공직에 입문해 영어 성적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비고시 출신 5급 공무원 A 씨는 “규정이 동등하게 적용된다지만 20년 넘게 업무에만 매달려온 비고시 출신에게 영어 공부에 매진해 왔던 젊은 고시 출신과 같이 경쟁하라고 하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 절대 다수 차지하는 하위직 불만도 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과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의 해외 연수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00년 2명에 불과했던 6급 이하 공무원의 해외 연수는 올해 22명으로 늘었다. 전년도 7명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15명을 보낸 2004년에도 전체 해외 연수 공무원은 35명으로 하위직은 전체의 43%에 머물렀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서울시 전체 공무원은 1만5000여 명으로 이 중 5급 이상은 10%에도 못 미치는 1230명이고, 나머지 절대 다수가 하위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외 훈련은 비고시 출신에게 불리한 면도 있지만 엄격한 기준을 동등하게 적용하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비고시 출신, 특히 하위직 공무원에게 기회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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