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말 움츠린 ‘사랑의 열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작은 온정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전문 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시도 공동모금회 직원의 비리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원사업이 중단되는 등 모금 열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 불우이웃 돕기 기부 행진

최근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사는 한 농민이 결식아동을 도와주라며 쌀 65가마(1300kg)를 전남도청에 전달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 농민은 “밥 굶는 아이를 줄이는 데 조그마한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도청에 쌀만 전달하고 돌아갔다. 전남도는 결식아동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7곳에 이 쌀을 지원하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주는 제8회 광주비엔날레 청소년예술상 대상을 받은 서울예고 2학년 류성실 양(16)은 상금 50만 원을 지역 청소년을 위해 내놓았다.

광주 숭의중고 교직원과 학생들은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연탄 4000장을 8일 남구청에 기증했다. 이들은 9일 오후 방림2동에서 혼자 사는 노인 등 16가구를 찾아 연탄을 배달했다. 남편이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채소도매업을 하고 있다는 고경희 씨(남구 주월동)도 이날 배추 2500포기를 남구청에 기탁했다.

○ ‘사랑의 열매’ 모금은 시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주지회는 다른 지역 직원들의 비리 때문에 한파를 실감하고 있다. 광주지회는 2004년부터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하던 ‘무료 개안(開眼)시술 사업’을 9월 말 일시 중단했다. 한부모, 조손가정 자녀와 소년소녀가장 중고교생을 위한 교복지원 사업도 시행 3년 만에 중단했다. 교복지원 사업은 광주지회 자체사업으로 지역에서 호응을 얻었으나 중앙회의 지역 배분 지원액이 줄어드는 등 예산 부족으로 사업을 포기했다.

광주지회는 연말연시 모금액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12월과 내년 1월 두 달 동안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5000만 원 줄어든 2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 때문에 공동모금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사회복지시설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구의 한 노인시설 관계자는 “복지시설들이 예산 축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모금회 지원이 절실하다”며 “모금회의 불미스러운 일로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그 여파가 어려운 복지시설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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