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前간부 간첩혐의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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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학생운동 동향 北에 넘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핵심간부로 활동하다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간첩활동을 벌인 30대 여성이 검거됐다. 학생운동권 간부가 간첩활동을 하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9일 북한 지령을 받고 국내 학생운동권 동향 자료를 작성해 북한에 넘기는 등 간첩활동을 한 한총련 전 간부 김모 씨(35·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9일 불구속 기소했다. 김 씨의 범행은 구속사유에 해당하지만 올 초 출산한 점을 감안한 조치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에 따르면 김 씨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정책실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관악청년회 유적답사 참관단’ 등으로 신분을 위장해 정부의 방북 승인을 받아 북한을 20회, 중국을 2회 방문했다. 김 씨는 북한과 중국에서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학생위 간부 등과 접촉하면서 간첩으로 포섭됐고, 이후 이들에게 지령을 받아 투쟁지침을 수립하는 등 한총련을 지도했다. 김 씨는 ‘모 정당 후보들을 낙선시키기 위한 방안’ ‘한총련 조직구성 현황’ ‘한총련의 이적규정 철회를 위한 북한의 역할’ 등의 자료도 작성해 이들에게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는 2005년 10월 북한 방문에서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참관이 금지된 평양의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수령님의 전사다운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 ‘수령님의 유훈인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강철형의 일꾼이 되겠다’ 등의 충성맹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의 직장인 서울 모 대학 노동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안에 든 ‘김일성 대원수 만만세’ 등 북한 찬양노래 파일과 북한 서적 70여 권, 북한 영화 CD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이 합법적인 남북 교류공간을 활용해 국내 운동권을 대상으로 집요한 대남공작을 전개하고 있음을 확인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 씨가 2년여에 걸쳐 방대한 분량의 학생운동권 자료를 수집한 점으로 미뤄 관련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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