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마을 “반달곰과 電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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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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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70%나 줄었어요… 배고파 산 내려갈까봐요”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나무 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리산 내 반달곰의 가을철 주요 식량인 도토리가 크게 줄면서 반달곰이 먹이를 찾아 인근 마을로 내려올 우려가 커진 상태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나무 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리산 내 반달곰의 가을철 주요 식량인 도토리가 크게 줄면서 반달곰이 먹이를 찾아 인근 마을로 내려올 우려가 커진 상태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의 먹잇감이 줄어들면서 반달곰이 먹이를 찾아 인근 마을을 습격할 위험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 자락 인근 마을 전체에 ‘반달곰 방어시설’을 설치하는 등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9일 “반달곰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지리산에 접한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함양·산청·하동군 지역에 위치한 마을 둘레 전체에 전기펜스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센터는 반달곰 귀와 목에 달린 무선추적전파발신기를 통해 매일매일 반달곰 활동반경을 분석하고 있다.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이유는 예년에 비해 반달곰 먹이인 도토리 결실량이 30%에 불과하기 때문. 현재 지리산에는 자연에서 태어난 새끼 곰 두 마리와 10월에 방사한 한 마리 등 총 17마리의 반달곰이 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연구원은 “반달곰은 주로 수평으로 이동하지만 손쉽게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논과 밭이 주변에 있으면 특유의 ‘전략적 채집 습성’ 때문에 수직이동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리산의 경우 해발고도 700m 이하는 국립공원 경계 밖으로 대부분 사유지라는 점이다. 각종 논밭에는 농민들이 멧돼지를 잡으려고 설치한 올무가 있다. 현재까지 폐사한 반달곰 11마리 중 4마리는 민가 쪽으로 왔다가 덫이나 농약을 먹고 죽었다. 복원센터 양두화 복원연구과장은 “예전에는 피해를 본 농가에만 전기펜스를 설치했지만 경계태세에 돌입한 만큼 마을 전체에 방어시설을 설치하게 된 것”이라며 “반달곰을 보호하는 한편 주민들을 지키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원공단은 반달곰복원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2004년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은 2012년까지 지리산에 반달곰 50마리가 서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올해까지 총 32마리를 방사한 결과 11마리는 폐사, 4마리는 자연적응에 실패하는 등 반달곰 복원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원공단은 해외연구진의 자문과 추가 변수를 넣어 복원 가능 개체 수에 대한 재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공원공단 관계자는 “반달곰의 출산율이 떨어졌고 육식 위주인 불곰을 기반으로 한 기존복원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채식 위주인 반달곰과는 여러 상황이 맞지 않았다”며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반달곰 복원 사업을 2017년까지 50마리가 서식하는 쪽으로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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