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관리들, 안중근의사 사형뒤 기생파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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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당시 日신문기사 발굴

1910년 3월 중국 뤼순(旅順)에서 일본 관리들이 안중근 의사를 사형 집행한 후 뤼순고등법원장 관사에서 기생을 불러 축하 파티를 열고 재판 관계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사실이 당시 안 의사 순국 3일 뒤 발행된 일본의 신문기사에서 확인됐다.

국가보훈처가 25일 공개한 1910년 3월 29일자 ‘만주일일신문’과 ‘만주신보’ 기사에는 “3월 26일 안중근의 매장이 끝났다는 보고가 있은 지 얼마 후인 5시에 안중근 재판의 최고책임자인 뤼순고등법원장 히라이시 요시토 관사에서 안중근 사건 관계자 위로만찬회라는 이름으로 축하연을 개최했다”고 나와 있다.

기사에 따르면 축하연에는 히라이시 고등법원장을 비롯해 경시총장 검찰관 통역 서기 등 뤼순고등법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안 의사의 변호사 미즈노도 합석했다. 두 신문은 “이들이 오후 5시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응접실에서 바둑을 뒀으며 히라이시 법원장의 인사말과 사토 경시총장의 답사가 있고 나서 파성(巴城)과 미광(未廣)의 두 고급 요정에서 불러온 홍군(기생)들이 술잔치를 벌이고 끝에는 각자 숨은 재주(隱藝)를 뽐내는 등 매우 성황에 이르렀고 10시가 넘어 산회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형을 미리 결정하고 재판을 통해 교수형을 선고했으며 마나베 재판장 등 재판 관계자에게 10∼250원의 보상금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보훈처 측은 “이는 일제가 안 의사를 제거하기 위해 얼마나 재판을 의도대로 조작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 의사 사형집행과 매장 후 저녁 상황에 대한 상세한 보도기사가 발견된 만큼 그 직전 진행된 안 의사의 유해 매장에 관한 진실을 알려줄 기록물도 분명히 어딘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처는 올해 4월 ‘안중근의사 유해발굴 추진단’을 발족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안 의사 관련 사료를 발굴해 유해 매장 지역을 찾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보훈처 관계자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추가로 자료를 요청했으며 일본 측도 다소 진전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희망을 갖고 유해 발굴 조사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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