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안·나·꿈’ 위해 무대에 뭉쳤다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휴학생 취업준비생 단역배우… 그리고 아기 엄마까지

아동 대상 범죄 예방 뮤지컬 ‘안전한 나라에서 꿈꾸는 아이들’에 출연할 일반인 연기자들이 2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연습실에서 첫 연습을 한 뒤 공연 콘셉트를 담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동 대상 범죄 예방 뮤지컬 ‘안전한 나라에서 꿈꾸는 아이들’에 출연할 일반인 연기자들이 2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연습실에서 첫 연습을 한 뒤 공연 콘셉트를 담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여성가족재단
《 갓 제대한 단역 배우, 보습학원 강사로 일하던 갓난아이 엄마, 고교 중창단 출신 대학 휴학생, 기업 사회공헌팀 취업 지망생. 어울릴 것 같지 않은 4명이 2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뮤지컬 무대에 한 번도 서본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12월에 뮤지컬을 공연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
“소리를 최대한 정수리 끝으로! 음…. 두성 훈련부터 해야겠네요.”

공연기획사 ‘아카펠라’의 김민수 대표(33)가 연습실에서 발성을 가르쳤다. 아동에게 유괴 등 범죄에 대응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아카펠라 뮤지컬 ‘안전한 나라에서 꿈꾸는 아이들(안나꿈)’을 공연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뮤지컬에 아카펠라를 접목했다. 이날은 오디션을 거쳐 뽑힌 이들의 첫 연습 날.

○ 성범죄 뉴스 보고 아이들에게 미안해

“수영복 입은 모습을 통해 그 안쪽은 만지지 못하게 하라고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대본을 읽던 정지현 씨(29)가 아이디어를 냈다. ‘안나꿈’은 200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기획해 처음 무대에 올리고 지난해와 이달 1일에도 공연을 했지만 아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대본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정 씨는 보습학원 강사로 일할 때부터 부모가 맞벌이 등으로 바빠 잘 챙겨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올 5월 첫딸을 낳은 뒤에는 신문 등에서 어린이를 겨냥한 범죄가 보도되면 눈길이 쏠리고, 대응 요령 등을 찾아봤다. 정 씨는 “딸 키우기가 무서운 험악한 세상이라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들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모르는 사람이 특정한 곳을 만지면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하라는 것을 대사로 넣었으면 좋겠어요.”

김슬기 씨(21)도 의견을 냈다. 김 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취업 준비생. 김 씨는 “어른들과 사회가 아이들이 상처 없이 자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도 아동 성범죄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디션 때는 뮤지컬 ‘태양의 노래’ 중 ‘굿바이 데이즈’를 불렀지만 잘 못해 합격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 무대에 서는 꿈 이룰 것

남성 지원자들은 여성 지원자들에 비해 ‘무대에 서고 싶다’는 동기가 더 강한 편이다. 김진영 씨(22)는 강원 철원군에서 포병으로 군복무를 하다가 올 2월 제대했다. 군내 문화체험 교육에서 뮤지컬을 처음 접했다. 지난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에서 생활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뮤지컬 교육을 낙으로 삼아 견뎠다고 한다. 제대 뒤 드라마 ‘전우’ 등에서 보조출연자로 일했다는 김 씨는 “시체 역할을 할 때는 화면에는 아주 작게 나와도 ‘가장 시체다운 시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금은 무명이지만 연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지원자 최원석 씨(26)는 아카펠라 그룹 ‘A5’의 멤버다. 서울 동성고 중창단 동기들과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룹을 만들었지만 다른 동기들이 취직을 하거나 학업에 열중하겠다며 그룹을 떠나 창단멤버는 최 씨 혼자 남았다. 최 씨는 “‘안나꿈’ 공연을 본 친구의 소개로 지원하게 됐다”며 “아카펠라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싶다”고 장래 포부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이승현 씨(33)는 “화음이 중요한 아카펠라를 불러야 해 일반인이 연기를 하지만 난도가 높은 편”이라며 “아직은 막막하지만 아기엄마, 사회복지학과 졸업생 등이 진심이 담긴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