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 단대부중 3학년 심재호 군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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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출근하던 나, 선생님의 따스함에… 달라진 모습 보여드렸죠”
온라인 게임에 빠져 성적이 평균 40점대에 머물렀던 서울 단대부중 심재호 군은 담임 선생님의 지도로 게임을 그만두고 평균 85점대에 들어섰다.
《서울 단대부중 3학년 심재호 군(15).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는 집보다 PC방이 편했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PC방으로 가서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모니터 속 게임 캐릭터가 상대 캐릭터를 찌르고 죽이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마우스를 잡은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출출하면 근처 친구집에서 밥을 먹고 저녁은 대부분 굶었다. 하루 8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친구집으로 향했다.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 저녁까지 비어 있는 집이었다. 주말에도 친구집에서 게임을 했다. 심 군과 “컴퓨터 하지 말라”는 부모 사이에선 자연히 냉기가 흐를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서로 한마디도 안하고
지나가는 날이 잦아졌다. 집에 있기 싫어 밖으로 나오면 갈 곳이 없었다. 다시 PC방이나 친구집으로 향했다. 악순환이었다.

“딱히 게임이 재미있는 건 아니었어요. 내가 왜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했어요. 제가 온라인 게임에 중독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 게임 중독, 그리고 40점대의 성적표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심 군의 말에 따르면 중학교 입학 후 처음 본 1학기 중간고사는 평균 60점대. 그나마 어릴 때부터 좋아한 한문에서 90점 이상을 받아서 얻은 점수였다. 성적은 계속 떨어졌다. 밤늦도록 게임을 하고 수업시간엔 엎드려 잤다. 교과서를 본 기억도 없다. 싫어하는 과목의 시험문제는 한 번호로 찍었다. 2학기 기말고사는 평균 40점대를 받았다. 성적표는 받자마자 구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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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끝난 뒤 어느 날이었다. 집에 갔더니 컴퓨터 전원 연결선이 다 뽑혀 있었다. 화가 났다. 친구집으로 갔다. 한참 게임을 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새벽 3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집에 가겠다고 하고 친구집에서 나왔지만, 혼날까봐 무서워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집보다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가 나았다. 동네 주변을 계속 걸었다. 휴대전화로 어머니의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아침에 교복도 입지 않은 채 학교로 갔다. 담임인 김재유 선생님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 있었다. 심 군과 연락이 안 된 어머니가 선생님께 전화를 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심 군을 교내 상담실로 불렀다. 처음에는 화가 난 목소리로 꾸중을 하셨다. 무서운 마음에 선생님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선생님은 가까이 다가앉아 심 군을 불렀다.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본 순간, 카리스마 넘치기로 유명한 선생님 얼굴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선생님께서 ‘계속 이렇게 살고 싶은지’, ‘나중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보셨어요. 대답할 수 없었죠. 선생님은 앞으로 원하는 걸 하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 말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때만큼은 달랐어요. 선생님의 진심이 가슴으로 와 닿았거든요.”

○ 한 학기에 평균 38점을 올리다

선생님의 믿음을 발판 삼아 그동안의 부끄러운 나날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나를 믿고 한번 따라와 보지 않겠느냐”는 선생님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학교에서 아침마다 하는 ‘건강교실’에 참가했다. 37명의 학생과 김 선생님은 오전 6시 반에 모여 날마다 축구를 했다. 심 군의 포지션은 수비수. 1시간을 뛰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머리가 개운해졌다. 게임 생각도 점차 사라졌다. 낮 12시 반까지는 자율학습을 했다. 그는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아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선생님이 계셨다”면서 “꼭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돌아온’ 심 군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함께 수학공부를 시작했다. 자율학습 시간에 풀었던 수학 문제 중 모르는 것을 어머니에게 질문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었다. 공부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부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이야기하다 보니 모자 사이도 돈독해졌다.

2학년이 되고 나서 김재유 선생님은 옆 반 담임을 맡게 되었지만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달라진 네 모습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까지만 게임하고 내일부터 안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괴로울 때마다 선생님 말씀이 힘이 됐다. 중간고사 6주 전부터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배경지식이나 공부요령이 부족한 대신 공부 시간을 늘렸다. 2학년 첫 시험 평균성적은 78점. 1학년 때 가장 낮았던 점수보다 38점 가량이 높은 점수였다.

그는 입학한 뒤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성적표를 보여 드렸다. 부모님은 “네가 이렇게 될 줄 알고 믿고 기다려왔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부모님 모습은 처음 봤다. 울컥했다. 공부도 점점 익숙해졌다. 2학기 기말엔 평균 80점대에 진입했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평균 85점을 받았다.

심 군은 요즘도 매일 온라인 게임을 한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30분∼1시간 게임을 하고 나면 이내 지겹다. 그는 게임에 중독되었던 때를 떠올리면 그저 창피하다고 했다.

“예전처럼 오래 게임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그동안 하도 많이 해서 이제 정말 지겹나 봐요. 요새는 늦게까지 공부해서 피곤하긴 하지만 적어도 게임을 하며 느꼈던 허망함은 없어요. 나중에 제가 어떤 일을 하든지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더 노력해 볼 생각이에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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