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IT산업-부동산 거품 붕괴 예측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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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기회복 더뎌 장기적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 “미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지 잘 지켜보라.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금융위기 이전 미국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를 정확하게 예측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현재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제가 잠깐 회복한 뒤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며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 연구실에서 22일(현지 시간) 실러 교수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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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22일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에 있는 연구실에서 국제 금융위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뒤쪽 칠판에 ‘석진’이란 한국인 제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실러 교수는 이 제자에게 한국어로 이름을 써보라고 말했다. 뉴헤이븐=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경기침체가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NBER가 경기침체 종료를 선언하는 데 왜 그리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최근 1년간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사정이 그만큼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NBER가 하는 일은 다소 기술적이다.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침체라고 정의하고 플러스 성장을 하면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경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곳은 아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보나.

“NBER의 평가대로 지난해 6월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보면 15개월이 지났다. 침체가 끝난 뒤 금방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은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블딥을 조금 다르게 정의한다. 나는 첫 번째 침체가 끝난 뒤 실업률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기 전에 두 번째 침체가 오는 것으로 본다. 앞으로 회복은 매우 더디게 이뤄질 것이고 앞으로 수년간 실업률이 8%를 넘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이런 높은 실업률이 유지되는 동안 우리는 또 다른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분명 더블딥이다.”

“실업률 8% 웃돌고 주택가격도 예측불허 1,2년 내 경기침체 다시 올 가능성 40% 한국 등 글로벌 시장경제는 성장세 낙관”

―더블딥이 발생할 시기는….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했다. 2분기에는 1.6%까지 낮아졌다. GDP의 감소 폭을 토대로 역사적인 경기 사이클에 비춰 더블딥 가능성을 계산해 봤더니 향후 1, 2년 내에 또 다른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40% 정도로 나왔다.”

―경기가 더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통화 완화책을 쓰겠다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의 계획을 지지하나.

“물론이다. FRB는 상당 기간 저금리를 유지해야 할 뿐 아니라 모기지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추가로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한다. 주택시장은 지난해 잠깐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다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여러 가지 선행지표를 보면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신은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효과가 미미했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통과된 경기부양 자금은 잘못 사용됐다. 오바마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큰 프로젝트에 쓰고 싶어 했다. 이런 작업은 수년간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효과가 나는 게 아니다. 또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쯤엔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프로젝트를 멈출 수가 없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막기 위해 필요한 프로젝트를 미리 준비했다가 예산이 생기면 곧바로 이행에 옮기는 책임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고용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렇다. 경기부양책의 초점도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법안도 제안했지만 최근의 법안들은 규모가 너무 작고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학 교육을 받았지만 교사자격증은 없는 고학력 실업자는 학교의 보조교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교사의 감독을 받으면서 교사를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기면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고 실업자에게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 감세문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어느 쪽 의견을 지지하나.

“어려운 문제다. 사람들이 평생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돈을 벌게 됐는데 나라가 세금을 많이 거둬간다면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를 빼앗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소득 불균형 문제는 심각하게 악화돼 왔다. 이제 바로잡을 때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옳다. 다만 단편적으로 고소득자에게는 세금을 더 물리고 저소득층을 세금을 깎아주는 단순한 정책보다는 소득 불균형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조만간 나올 새 책에서 소득불균형 지표가 악화되면 자동적으로 고소득자의 세금이 올라가게 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미국 경제를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표는 무엇인가.

“역시 주택가격에 가장 관심이 많다.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이달 말이면 끝난다. 정부 지원책이 끝난 뒤 주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매우 궁금하다.”

―미국 경제가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 가지 지표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가계와 기업의 ‘지켜보자(wait and see)’는 소극적인 태도가 바뀌는지 봐야 한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가계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은 언제나 회복될까.

“전망하기가 매우 어렵다. 금융위기 직전까지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주택시장 거품을 경험했다. 1890년대 이후 그런 거품은 없었다. 경제학자들이 단순히 통계적 분석을 통해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주택가격은 향후 수년간 현재의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위기는 지나갔나.

“그렇지 않다. 주택가격이 다시 떨어지고 금융회사의 부실이 쌓이고 여기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고 보나.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은 매우 획기적인 법안이다. 문제는 이 법안이 여러 가지 연구 과제를 담고 있어서 실제로 이행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당신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거론하는데….

“사실 난 그렇게 비관적인 경제학자는 아니다. 나는 1980년대 초 내 모든 자산을 주식에 ‘다걸기’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익도 많이 남겼다. 나는 1993년경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오래갈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별로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일본에 이어 한국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 모두 시장경제의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시장경제는 세계 곳곳에서 성장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뉴헤이븐=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로버트 실러 교수::

―1972년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72∼82년 미 미네소타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역임
―1982∼현재 미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1993년 ‘매크로 마켓’이란 책으로 폴 새뮤얼슨상 수상
―2000년 저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서 닷컴버블 붕괴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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