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영수]기업들, 이공계 학생에 인턴기회 제공을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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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일이다. 평소 잘 알고 아끼던 대학생에게 진로를 물었더니 더는 이공계를 전공하고 싶지 않다며 금융공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 충격이었다.

우수한 이공계 전공 대학생이 자기 전공분야에 종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대 출신은 졸업 후 주로 지방에서 근무해야 하는데 지방에 있으면 결혼이나 자녀교육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취업도 쉽지 않다.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경상계통이나 금융계통 취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임금과 승진 기회가 적어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공계 전공자가 전문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취업해서 대성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들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공한다. 은행은 담보 없이 창업자금을 지원해 벤처기업을 육성한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차후 문제다.

오늘날의 성장이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활용한 연구개발 덕택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동량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거나 전공을 바꿔 안정된 직장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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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요즘 이공계 대학 졸업자를 채용해서 활용하려 해도 너무 실무경험이 없어 적어도 6개월 정도 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별로 쓸모가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대학 재학시절에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업이 인턴 기회를 제대로 주었던가?

국제이공계인턴교류협회는 해외 유수기업 및 연구소에 한국 이공계 학생을 인턴으로 보내 실무경험을 쌓도록 하는 봉사단체다. 64년의 전통이 있으며 90여 개국이 참여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실무경험을 쌓으면서 급여를 받는다. 또 해외 인턴기간에 각국 학생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 리더십 과정을 밟는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정부와 기업은 왜 등한시하는가? 우리나라보다 산업화가 덜 된 태국도 매년 대학생을 100명 이상 보낸다. 국제 인턴제도가 활성화돼 이공계 학생이 1, 2학년은 국내에서 인턴경험을 쌓고 3, 4학년에는 해외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몇 년 전 정부 출연 연구소 이사로 있을 때 산하 연구소장에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직원들이 국내외에서 재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뒷받침할 예산을 세워 달라고 했다. 연구소장은 거절했다. 연구소장은 “교육을 시켜 놓으면 다 대학으로 전직하고 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연구소 출신이 대학으로 전직한다고 해도 연구소에 도움을 줄 것이고 나아가 한국을 빛낼 일인데 속 좁게 생각한 소장을 아쉬워한 적이 있다.

이공계 전공자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주말에 외부에 갔다 오면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나 국방과학연구소를 불시에 찾았다고 한다. 이때만큼 정부가 과학기술에 협조하고 지원한 적이 있나 싶다. 지금은 달라졌다. 몇 푼 안 되는 연구비를 획득하기 위해 팀장급뿐 아니라 심지어 원장까지 나서서 줄서기를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탄하는 연구원이 많이 있다.

박 대통령 당시의 과학기술 장려정책이 아니더라도 이공계 전공자가 비전을 갖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국가와 기업이 소홀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학기술이 없으면 미래는 없다. 과학기술에 매진하는 인력이 없으면 국가발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평범한 사실을 정부와 기업과 대학이 모두 심각하게 깨달았으면 한다.

유영수 고려대 공과대학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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