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F1 서킷, 본보 석동빈기자 레이싱카로 달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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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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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시속 210km ‘스피드 본능’ 폭발
‘아찔’ M자형 커브 지나 벽 스치듯 내리막
‘진땀’ 욕심내면 이탈… 머리한쪽 피 몰려

‘2010 F1 코리아그랑프리’를 앞두고 5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는 슈퍼카 퍼레이드, 카 스턴트 쇼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KIC는 총길이 5.615km의 전용 F1 트랙과 3.045km의 상설 트랙 등 2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사진 제공 KAVO
‘2010 F1 코리아그랑프리’를 앞두고 5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는 슈퍼카 퍼레이드, 카 스턴트 쇼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KIC는 총길이 5.615km의 전용 F1 트랙과 3.045km의 상설 트랙 등 2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사진 제공 KAVO
5일 오전 10시 전남 영암군 F1 코리아그랑프리 서킷. 50일 뒤인 10월 24일 포뮬러원(F1) 머신들이 최고 시속 320km로 굉음을 울리며 쏜살같이 질주할 이곳을 동아일보 기자가 언론사 중 유일하게 직접 레이싱카를 운전해 달려봤다.

운전한 차는 국내 정상급 자동차경주대회인 CJ 슈퍼레이스에 출전하는 바보몰레이싱팀 소속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로 개조한 차량 무게는 약 1250kg, 최고출력은 약 310마력이며 시속 280km 이상 낼 수 있다. 금호타이어에서 만든 경기 전용 슬릭타이어(바닥에 무늬가 없음)가 끼워져 있어 일반차량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커브길을 돌아나가는 게 가능하다.

○ 어렵지만 재미있는 코스

F1 머신이 스타트하는 메인스탠드 앞 직선로에서 다른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량 22대와 함께 우렁찬 엔진소리를 울리며 출발했다. 급하게 꺾이는 1, 2번 코너를 지나자 1.2km의 직선 구간이 나타났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속도계는 시속 200km를 순식간에 넘어 210km까지 치솟았다. 양쪽이 벽으로 돼 있어 속도가 높아지자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시야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경기 때 풀스피드로 달리면 시속 230km까지도 가능해 보였다. F1 머신은 이 구간에서 속도를 시속 320km까지 낼 수 있다.

달리면서 보니 곳곳에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서킷은 총 3겹의 포장 중 2겹까지는 완료돼 레이싱카가 주행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마지막 3차 아스팔트 포장은 이음매 없이 한 번에 이어서 깔아야 한다. 여러 구간으로 나눠 포장하면 아스팔트가 이어진 부분에 미세한 요철이 생겨 고속으로 달리는 레이싱카의 주행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 ‘절제’와 ‘담력’이 동시에 필요

4번 코너부터는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테크니컬 코스였다. 4∼5∼6번 코너로 이어지는 M자형 커브길을 정신없이 빠져나오면 긴 오르막이 나온다. 그 다음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오른쪽과 왼쪽으로 부드럽게 휘어지는 7∼8∼9번 코너 구간은 상당한 담력을 요구했다. 내리막인 데다 가속을 하며 속도를 160km 이상으로 아슬아슬하게 벽을 스치듯 통과해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식은땀이 흘렀다.
5일 전남 영암군 F1 코리아그랑프리 서킷을 언론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로 직접 달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 사진 제공 BTK
5일 전남 영암군 F1 코리아그랑프리 서킷을 언론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네시스 쿠페 레이싱카로 직접 달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아일보 석동빈 기자. 사진 제공 BTK
11번부터 16번 구간은 상당한 절제가 필요했다. 조금만 욕심을 내고 스피드를 높이면 코스를 이탈하거나 사고가 나기 쉬워 질주 본능을 억누르며 얼마나 침착하게 운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마지막 17∼18번 코너는 메인스탠드 앞 직선로를 앞두고 가속을 해나가는 커브길인데 왼쪽으로 원심력이 크게 작용해 머리의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체험해본 영암 F1 서킷은 담력과 절제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까다로운 코스여서 레이서와 레이싱카의 기량 차이가 크게 드러나고 관중은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용인, 태백 등 기존 국내 서킷과 비교해볼 때 길이 면에서 2배 이상이고, 최고속도 역시 가장 빠르게 낼 수 있어 다이내믹하면서도 난이도가 높아 정밀한 운전기술이 필요한 것이 특징이다. 요구조건이 가장 까다로운 F1 서킷답게 피트(차량 대기 및 정비소), 관중석, 안전시설 등도 최고 수준이었다. 기자는 다음 달 24일 영암 F1 결승 직전에 이벤트 경기로 열리는 제네시스 쿠페전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영암=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동영상=영암 F1 서킷 초고속으로 달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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