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 한반도 강타]유리창 박살 ‘아찔’… 지하철 불통 ‘휘청거린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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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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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호 태풍 ‘곤파스’가 2일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적으로 태풍 피해가 났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5명이 숨지고 주택 156만여 가구가 정전됐다. 수도권 지하철 운행도 일시 중단돼 출근대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 속도가 빨라 당초 예상보다는 피해 규모가 작았다.

○ 피해 상황

“추석대목 앞두고…” 과수농 한숨 태풍 곤파스는 엄청난 강풍을 동반했다. 곤파스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수확을 앞둔 과일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의 배 과수원에서 한 농민이 땅에 뒹굴고 있는 배를 보면서 한숨을 짓고 있다. 영암=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추석대목 앞두고…” 과수농 한숨 태풍 곤파스는 엄청난 강풍을 동반했다. 곤파스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수확을 앞둔 과일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의 배 과수원에서 한 농민이 땅에 뒹굴고 있는 배를 보면서 한숨을 짓고 있다. 영암=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날 충남 서산에서는 양모 씨(80)가 바람에 날린 기왓장에 맞아 사망했다. 또 전남 목포에 사는 김모 씨(76)가 정전된 집의 전기배선을 수리하려다 감전돼 숨지는 등 모두 5명이 사망했다. 인명피해는 역대 태풍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 1959년 9월 중순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는 사망자를 849명이나 냈다. 1987년 셀마(345명), 2002년 루사(246명), 1984년 준(189명), 2003년 매미(131명)도 인명피해가 컸다.

강한 비바람으로 서울 인천 전남 충남 등 156만7459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겨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은 정전사고로 가동이 일부 중단됐다. 인천에서는 문학경기장 지붕막 7개가 바람에 파손됐다. 서울 창덕궁에는 750년 된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가 부러졌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는 외벽 담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충남 태안군, 인천, 전남 여수시 등에서 선박 185척이 전복되거나 침수됐다. 충남 강원 전남 등 전국 과수원 2886ha(약 873만 평)가 낙과(落果) 피해를 보았다. 호남지역에서는 논 599ha(약 181만 평)가 침수됐다. 강한 바람으로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 51편이 결항했다. 여객선도 제주∼목포 노선 등을 오가는 102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 수도권 출근길 ‘교통대란’

버스에 몰린 시민들 ‘출근 대란’ 제7호 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한 2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운행이 부분적으로 중단되자 시민들이 한꺼번에 시내버스로 몰렸다. 출근길 시민들로 북적이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앞 버스정류장 일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버스에 몰린 시민들 ‘출근 대란’ 제7호 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한 2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운행이 부분적으로 중단되자 시민들이 한꺼번에 시내버스로 몰렸다. 출근길 시민들로 북적이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앞 버스정류장 일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은 특히 예상보다 빨리 상륙한 곤파스 때문에 ‘교통대란’을 겪었다.

이날 오전 5시 20분경 서울지하철 1호선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서울역에서 경인선 인천역까지 지하철 1호선 상하행선 운행이 한때 전면 중단됐다. 오전 5시 26분부터 지하철 4호선 금정역∼오이도역 구간 운행도 중단됐다. 오전 6시 20분경에는 지하철 2호선 전동차가 당산철교 위에 멈췄다가 30여 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또 경부선 7곳을 비롯해 안산선, 경인선, 중앙선, 경원선 등 12곳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거나 지연됐다.

주요 간선도로와 한강 다리에선 강풍 때문에 차량이 심하게 흔들려 비상등을 켜고 서행해야 했다. 성북구 장위동과 양천구 목동, 올림픽대교 남단 사거리 등 일부 지역에선 정전으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차량이 뒤엉키는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시민은 기상당국의 예보에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원 김태환 씨(37)는 “태풍이 오후에 상륙한다는 기상청 예보를 믿다가 출근도 늦고 낭패를 보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곤파스의 상륙 시간을 이날 정오 이후로 예보했다. 기상청이 서울 경기 등에서 태풍주의보를 태풍경보로 바꾼 시간도 태풍이 상륙하기 30여 분 전이란 점도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내 소방서에는 새벽부터 사고 신고전화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떨어진 간판에 맞거나 유리창 파편에 다친 시민들로 병원 응급실은 새벽부터 붐볐다.

○ 피해 규모 당초 예상보다 작을 듯

큰 재산피해를 낸 태풍은 2002년 ‘루사’로 5조2622억여 원의 피해를 남겼다. 2003년에 발생한 태풍 ‘매미’도 4조2225억여 원의 피해를 안겼다. 하지만 곤파스는 비교적 약한 상태로 한반도에 진입한 후 단기간에 관통해 피해액이 수백억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기상청은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지원 대책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피해를 본 주민의 복구를 지원하는 지방세 운영기준을 만들었다. 주택 자동차 선박 등이 파손돼 2년 이내에 다시 구입하거나 수리하면 취득세와 등록세, 면허세 등이 면제된다. 관세청은 수출입 화물 및 생산시설 등에 재산손실을 본 업체에 세제감면 혜택 등 특별지원대책을 강구토록 전국 세관에 지시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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