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통유발시설이 몰려 있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자리 잡은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을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농산물쓰레기에서 풍기는 악취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시에 따르면 1994년 구월동 일대 6만 m²의 터에 문을 연 도매시장을 남촌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신축해 이전하는 방안을 2006년부터 추진해 왔다. 도매시장 터가 너무 좁은 데다 여름이면 농산물쓰레기 악취가 심해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도매시장 주변에는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백화점, 관공서, 아파트단지 등이 몰려 있어 이 일대 도로는 상습적인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도매시장을 2012년까지 남촌동 177―1 일대 28만1441m² 규모의 그린벨트에 새로 지어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 그린벨트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상 인천에 배정한 총량 범위 내에서 정부와 협의해 해제할 수 있는 ‘조정가능지역’이다. 시는 경매장과 점포, 관리동, 물류시설, 종합유통센터, 주차장 등이 들어서는 도매시장을 총건축면적 23만8017m² 규모로 짓기로 했다. 도매시장을 건립해 이전하려면 용지매입비 1582억 원과 공사비 2612억 원 등을 합쳐 4194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인 인천도시개발공사에 사업시행을 맡기기로 했다. 구월동 도매시장 용지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등을 건립해 그 개발이익으로 남촌동에 새 도매시장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송영길 인천시장이 재정 건전성 강화를 역점시책으로 강조하면서 인천도개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 도개공의 부채가 모두 5조 원에 이른다며 시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지적한 것. 인천도개공은 현금보다 현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채 발행을 통해 자꾸 신규사업을 벌여야 하는 구조이지만 올해에는 공사채 발행이 제한될 것이 뻔해 당장 도매시장 이전에 필요한 사업비를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도매시장이 옮겨간 용지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분양해 얻는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남촌동에 지을 도매시장의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경매장과 관리동 등과 같은 필수시설만 지어 이전한 뒤 나머지 시설은 연차적으로 건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남촌동으로 도매시장을 이전하는 시기도 2013년으로 늦췄다. 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를 밟아 12월까지 국토해양부에 남촌동 그린벨트 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매시장 이전에 필요한 사업비를 한꺼번에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건립하는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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