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유통회사 직접 차렸더니 제값 받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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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 4800명 주주 참여,판매수입 예전보다 10%↑
완도 전복도 ‘덤 관행’ 타파,전남 12곳 운영깵 정부 지원도

“농어민들이 만든 유통회사가 농수산물 제값 받는 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네요.”

21일 전남 화순 농특산물 유통 주식회사(화순유통) 소속 3.5t 냉장트럭이 화순군 북면 농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농민들이 텃밭에서 재배한 토란을 모았다. 이 토란은 인근 청풍면 마을공동 작업장으로 옮겨져 껍질을 벗긴 뒤 시중에 유통된다.

농민들은 그동안 텃밭에서 조금씩 재배한 토란이나 옥수수 등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농민 4800명이 주주로 참여해 만든 화순유통이 농산물 구입부터 유통이나 판매까지 책임지면서 이런 근심이 사라졌다. 농민들은 파프리카, 자두, 포도 등을 예전 가격보다 10% 정도 높게 받고 있다. 새송이버섯은 홍콩으로 수출되면서 전보다 15% 정도 높은 가격에 안정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화순유통은 연말까지 9개월 동안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흑자 규모도 1억 원. 조한섭 화순유통 사업운영팀장은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만큼 연말까지 200억 원 달성이 무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민 611명이 주주로 참여해 지난해 3월 말 설립한 완도 전복 주식회사는 전복 제값 받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복회사가 생기기 전에는 ‘전복 10마리를 사면 덤 3마리가 관행’이었으나 이제는 덤이 1마리로 줄었다. 어민들이 겪던 불이익이 그만큼 줄어든 것. 완도 전복회사는 지난해 50억 원(107t)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50억 원(500t)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에서는 농어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유통회사가 12곳 있다. 이 가운데 화순이나 완도를 비롯해 고흥, 영광, 신안 등 5곳은 정부 지원을 받는 유통회사다. 나머지 곡성멜론, 해남배추, 무안황토고구마 등 7곳은 전남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농민들은 유통회사가 농수산물 제값 받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 운영비를 마케팅이나 홍보비 이외에 포장재 비용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남 도내에서 광양 밤 주식회사 등 농어민 유통회사 13곳이 설립 절차를 밟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어민들이 주식회사에 주주로 참여하는 데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한 유통회사 관계자는 “농어민들을 위한 공익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데다 사업 초기부터 해마다 유상증자가 성사돼야 정부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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