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하청업체에 산재책임 떠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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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사고 불이익 피하려 하청업체를 원청업체로 바꿔

국내 최대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이 건축현장 사망사고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단지 모델하우스 공사 현장에서 인부 박모 씨(42)가 10여 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 공사는 현대건설이 원청사업자로 하청업체인 A사가 모델하우스 공사를 맡았으며, A사는 모델하우스 내 유리공사를 재하청업체인 B사에 맡겼다. 박 씨는 B사 소속이다.

문제는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A사가 B사와의 도급관계만 명시한 서류를 제출했다는 점. 이럴 경우 사망사고로 인한 책임은 A, B사만 지게 된다. 공사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 하청을 가리지 않고 관계된 모든 회사가 향후 관급공사 입찰 참가 자격 사전심사에 제한을 받는다. 고의성이 짙거나 중대과실 유무가 드러나면 작업정지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또 1명 사망 시 10명이 산업재해를 당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산업재해보험료도 크게 오른다.

이번 사건은 현대건설 측과 사업상 문제로 법정다툼을 벌이던 A사가 올 2월 초 현대건설이 A사에 지급한 대금 명세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수원지청은 원청업체인 현대건설과 하청업체인 A, B사 모두 법에 따라 처벌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청업체인 대기업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하청업체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담당 근로감독관이 현대건설 연루 부분을 묵인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현장 관계자가 자기 나름대로 회사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A사와 말을 맞춰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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