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광진구 위성장비 이용… 노후건물 침하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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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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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건물 한쪽이 4cm 솟았네요”

서울 광진구청 지적과 직원들이 2일 광진구 자양동 자양종합시장 건물 옥상에서 cm 단위까지 위치를 잴 수 있는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 장비로 이 건물이 한 달 전에 비해 기울어지거나 침하하지 않았는지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광진구
서울 광진구청 지적과 직원들이 2일 광진구 자양동 자양종합시장 건물 옥상에서 cm 단위까지 위치를 잴 수 있는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 장비로 이 건물이 한 달 전에 비해 기울어지거나 침하하지 않았는지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광진구
“북위 37도 31분 55.29621초, 동경 127도 4분 36.30638초, 타원체고(지구가 타원이라고 간주하고 잰 높이)는 47.811m로 측정됐네요.”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602 자양종합시장 4층 옥상. 광진구청 지적과 직원 임성식 씨(37)가 신중하게 긴 삼각대 위에 얹힌 글로벌항법위성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수신기를 옥상 위에 시멘트로 고정된 측정 기준점에 맞췄다. 임 씨는 약 2시간 동안 위성으로부터 데이터가 수신되는 것을 기다린 뒤 자료를 분석했다.

임 씨가 이날 이 건물의 위도·경도와 높이를 세밀하게 측정한 것은 혹시 건물이 기울거나 침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기 위해서다. 1979년 4724m²(약 1429평) 넓이에 3층으로 지어진 자양종합시장 건물은 2001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즉시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건축 부재가 노후하거나 구조적 결함이 있어 보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점포 30여 개에 상인들이 입주해 있어 현재 추진하는 재건축이 완료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 구청이 GNSS로 건물 기울기 측정


광진구는 3월부터 이곳 자양종합시장을 비롯해 테크노마트와 광진교 등 구내 주요 시설물 4곳과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주택 중 희망하는 곳을 대상으로 GNSS 장비로 매달 건물의 기울어짐이나 침하 등을 파악해 알려주는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반 차량 등에서 사용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는 5m가량의 오차가 있는 반면 GNSS 장비는 오차가 1cm 안팎이다. 임 씨는 “2시간 동안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등의 10여 개 위성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통해 건물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한다”고 말했다.

6월 측정 결과 자양종합시장 건물은 3월에 비해 건물 한쪽이 4cm가량 솟아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명길 시장 관리소장(57)은 건물주에게 측정 결과를 전하며 재건축을 서둘러야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임 씨는 “오늘 측정 결과를 포함해 2, 3개월 더 재봐서 추이를 분석해봐야 건물이 기울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놀고 있는 장비 활용도 높여

광진구는 지난해 12월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시행을 계기로 이 사업을 구상했다. 법은 토지조사사업에서 위치정보의 기준점이 되어 온 동경측지계 대신 인공위성을 통해 세계가 공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계측지계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진구청 지적과 최춘근 팀장(47)은 “GNSS는 세계측지계 기준으로 지리 정보를 측정하는 장비”라며 “장비가 1대에 5000만 원가량의 고가지만 항상 사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노후 건물의 기울어짐 등을 측정하는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간 안전진단 업체에 의뢰해 측정을 받으려면 150여만 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지어진 지 32년이 된 자양동 단층 주택에서 살며 4월부터 측정을 받고 있는 송근식 씨(71)는 “집이 오래돼서 기울지나 않는지 안전이 걱정됐는데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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