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각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하기 위해 1997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연구(PISA)’를 설립했다. 2000년에 처음 국가별 학업 성취도를 비교한 PISA는 3년마다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는 전 세계 교육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9년에는 65개국이 PISA에 참여했다.
○ 유럽연합(EU), 역량기반 교육에 합의하다
PISA가 처음 설립된 1997년,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일각에서는 또 다른 논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인간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에는 PISA에서 측정하는 문제 해결력보다 더 넓은 범위의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호주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은 인간이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역량을 찾기 위한 ‘DeSeCo(The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를 가장 먼저 수용한 곳은 유럽이었다. EU 의회는 2006년 12월 평생교육을 위한 8개 핵심역량에 합의하고 모든 회원국이 교육과정에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8개 역량은 △모국어 △외국어 △수학·과학 △디지털 △자기주도학습 △시민역량 △진취성 △문화이해에 대한 능력으로 구성됐다. 과목별로 나뉜 교육과정을 핵심역량으로 묶은 것이다.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기술과 태도 교육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EU 의회의 권고를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다만 핵심역량 위주로 완전히 교육과정을 재편하느냐 아니면 현재 교육과정에 기술, 태도 교육을 추가하느냐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 ‘교육 다이어트’ 주도하는 영국 QCDA
유럽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주도하는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은 2000년대 초부터 역량을 중요시하는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영국 내 70% 이상의 학교가 핵심역량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영국의 교육과정 개혁을 주도하는 곳이 교육과정개발원(QCDA)이다. QCDA가 설립된 1997년은 영국의 변혁기였다. 영국은 1980, 90년대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으며 점점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빠져 있었다. 1997년 집권한 토니 블레어 총리는 국가경쟁력 회복의 길은 교육에 있다고 보고 ‘교육! 교육! 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영국의 교육정책은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각 지역과 학교에 권한과 책임을 주는 형태로 전환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민병수 박사는 “영국의 교육과정은 20쪽에 불과할 정도로 간략하다. 국가는 어떤 핵심역량이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만 정해놓을 뿐 어떻게 가르칠지는 전적으로 지역교육청과 학교, 교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QCDA는 최근 또 한번의 교육과정 개편을 단행했다. 20쪽의 교육과정 지침을 더 간략하게 정리해 인터넷에만 공개한 것. 각 학교의 자율권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민 박사는 “영국에서는 같은 학교에서 같은 과목을 들어도 학생마다 배우는 내용은 차이가 있다”며 “교사의 수업 만족감이 높아질 뿐 아니라 학생들이 맞춤형으로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U ‘8개 핵심역량’ 권고案수용 국가 교육지침 분량 20쪽에 불과 학교-교사 자율권 극대화에 맞춰
교육과정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도 ‘작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2006년 EU 의회가 8개 핵심역량을 발표하기 전 영국은 2년간 시범학교를 운영했다. 운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적은 수의 교사가 적은 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적은 수의 과목을 가르쳐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역량기반 교육은 학생이 주체가 돼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과목마다 교사가 바뀌는 것보다는 교사가 교실에 상주하면서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실당 학생 수도 적어야 하며 모든 학생이 교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근호 박사는 “영국 학교 수업의 특징은 교실이 떠들썩하다는 것”이라며 “책이 아닌 경험으로 학습내용을 전달하려고 한다는 것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동영상+교재=자율학습능력+성적향상▼
온-오프라인 공부방 ‘동아백점수학교실’
서울 도곡초 3학년 김건 군은 오늘도 공부방에 갔다. 이날은 수학 3단원에서 원을 배울 차례다. 김 군은 먼저 8분 정도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원의 개념을 익힌다. 이후 공부방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면서 강의를 복습한 뒤 교재 문제를 푼다. 틀린 문제는 동영상 문제풀이 강의를 보며 다시 이해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기초-실력-심화 단계 중 김 군의 수준에 맞는 보충문제를 컴퓨터 문제은행에서 선택해 숙제로 내줬다.
김 군이 지난 겨울방학부터 매일 1시간씩 다닌 공부방은 ‘동아백점수학교실’이다. 그는 “이번 학기 수학 성적이 20점이나 올랐다”며 웃었다.
두산동아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공부방 ‘동아백점수학교실’은 매일 정해진 만큼 동영상과 교재를 학습하도록 해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운다.
최상열 동아백점수학교실 팀장(41)은 “공부습관이 덜 확립된 초등학생은 50∼100명이 수업하는 대형 학원의 주입식 학습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렵다”면서 “소규모로 개인별 맞춤수업을 하면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공부방이 좋다”고 강조했다.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진도는 주 5일 50분 교육을 기준으로 한다. 3일만 올 경우 90분씩 한다. 수학을 중심으로 국어, 사회, 과학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최 팀장은 “학교 내신을 2주 선행하는 것을 목표로 교재가 딱 하루에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개념과 문제를 담고 있어 부담이 없다”며 “교재 문제를 푼 뒤에는 문제은행에서 학생 수준에 맞는 문제를 골라 풀며 심화학습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동아가 2009년 운영을 시작한 동아백점수학교실은 현재 전국에 430곳이 있다. 다니는 학생만 2700여 명에 달한다. 최 팀장은 “공부방은 두산동아의 에듀클럽 동영상 강의와 월간 ‘백점맞는수학’ 교재를 결합한 형태”라며 “학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학생이 개인별 맞춤수업은 물론이고 올바른 공부습관까지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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