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석 끝내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23세 헝그리 복서, 대전료 100만원 남기고…

경기 후 뇌출혈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던 프로 복서 배기석(23)이 끝내 숨졌다.

한국권투위원회(KBC)는 “배기석 선수가 21일 오전 4시 20분 대전 을지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2008년 1월 34세의 나이로 숨진 최요삼 이후 2년 6개월 만에 다시 국내 프로 복서가 경기 후 뇌출혈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배기석은 17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정진기와의 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10라운드 경기)에서 8라운드 TKO로 패한 뒤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고 뇌출혈로 확인돼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나흘 만에 숨졌다. 배기석은 4세 때 아버지를 병으로 잃었고 어머니와도 떨어져 홀로 남은 외할머니를 돌보며 생활해와 주변에서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현재 국내 프로 복서들은 라운드당 10만 원의 대전료를 받고 있다. 배기석처럼 10라운드 경기를 뛰게 되면 100만 원을 받게 되는데 매니저, 트레이너 비용과 세금을 떼고 나면 절반 정도 손에 쥐게 된다. 그나마 한국 챔피언 타이틀매치에서는 200만 원의 대전료를 받지만 1년에 몇 차례밖에 경기를 치를 수 없는 복싱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면 최저 생계비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KBC는 선수들의 대전료 가운데 1%씩을 떼어 건강보호기금(건보금)을 마련해 왔지만 들어오는 건보금보다 부상 선수 치료에 쓰이는 돈이 훨씬 많아 건보금은 사실상 바닥이 난 상태로 알려졌다. 수술비와 장례비를 지원한 KBC는 유족을 돕기 위해 홈페이지(www.koreaboxing.co.kr)에 은행 계좌와 안내 전화 등 접수처를 공지해 성금을 모금하기로 했다.

안전 문제도 사각지대다. KBC는 ‘최요삼 사망 사고’ 이후 선수별 의료검진 카드 작성, 경기 전날 메디컬 테스트와 난타전 후 두 선수에 대한 검진 강화 등 안전대책을 보완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전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빈소는 부산 영락공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051-790-5000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