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나눔과 봉사]미소희망봉사단에 ‘SOS’ 친 이희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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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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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놀이방 곧 닫아야하나… 절망감이
성공 노하우 전수받고 “아하”… 희망으로

장난감 놀이방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장사가 안돼 어려움에 빠진 이희선 사장(가운데)이 미소희망봉사단 자원봉사자인 세무법인 삼성의 한명로 대표(왼쪽)와 놀이방을 차려 성공한 동종업계 선배 박혜원 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박영대 기자
장난감 놀이방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장사가 안돼 어려움에 빠진 이희선 사장(가운데)이 미소희망봉사단 자원봉사자인 세무법인 삼성의 한명로 대표(왼쪽)와 놀이방을 차려 성공한 동종업계 선배 박혜원 씨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박영대 기자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창업한 다음이 더 어렵네요.”

15일 오전 서울 금천구 시흥5동의 장난감 놀이방 ‘키즈앤토이’. 수북이 쌓인 놀이용 블록과 장난감만 있을 뿐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장난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희선 사장(31·여)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미소금융재단에서 1000만 원을 대출 받은 것을 포함해 모두 4500만 원가량을 투자해 두 달 전 놀이방을 창업했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놀이방을 찾는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고작 10명 남짓이어서 간신히 한 달 운영비만 챙기는 실정이다. 이 사장은 ‘이러다가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최근 미소희망봉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 선배 창업자가 성공 노하우 전수

이 사장의 SOS에 이날 키즈앤토이를 방문한 사람은 ‘동종업계 선배’인 박혜원 씨(37·여). 박 씨는 최근 1000명을 돌파한 미소희망봉사단의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다. 1년 넘게 장난감 놀이방 사업을 준비하다가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창업해 한 달 평균 3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씨는 키즈앤토이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는 처방을 내렸다.

“아이들은 뻥 뚫린 공간보다 살짝 어두운 다락방 같은 곳을 좋아해요. 뭔가 공간을 작게라도 나눠 보세요. 이용료는 동네의 특성을 고려해 좀 더 과감하게 낮춰야 하지 않을까요.” 장난감, 인테리어, 가격 등을 꼼꼼히 살핀 박 씨는 때론 매섭게, 때론 자상하게 자신의 사업 노하우를 전달했다. 펜과 수첩을 든 이 사장의 손이 점점 바빠졌다.

“엄마들은 대개 아이들 때문에 운동하러 가기조차 힘들어하죠. 주변의 병원 사우나 헬스장 등과 함께 마케팅을 펼쳐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영수증 챙기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박 씨와 함께 키즈앤토이를 찾은 봉사단원인 세무법인 삼성의 한명로 대표와 미소금융중앙재단 직원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근심이 가득했던 이 사장의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리를 뜨는 봉사단원들을 향해 거듭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말했다. “막막함이 많이 사라졌어요. 매주 와주시면 안 될까요?”

○ “홀로 시작하는 어려움, 함께해야죠”

키즈앤토이를 나서는 봉사단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박 씨는 “디자인회사부터 어린이 놀이방까지 혼자 9년 넘게 사업을 해 와서인지 홀로 시작하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비법으로 간직하던 아이디어까지 다 쏟아냈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같은 마음이었다. “국세청을 벗어나 세무법인을 처음 세울 때 저도 큰 좌절을 겪었죠. 지금 저분의 심정이 이해가 되니까 더 열심히 조언하게 되고, 다른 분들 조언을 들으면서 저도 많이 배우게 되네요.”

박 씨와 한 대표처럼 직접 자신의 사업을 일구며 고생을 맛본 이들이 성공 노하우를 나누겠다며 미소희망봉사단에 가입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십 년 경력의 반찬업계 베테랑 ‘녹선’ 송금희 사장(48·여), 고려대 앞 ‘영철버거’ 사장 이영철 씨(42)도 이런 취지에서 미소희망봉사단에 가입했다.

미소희망봉사단은 키즈앤토이의 이 사장을 위해 봉사단 소속 대학생들을 동원해 블로그 제작을 돕고 전단지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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