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한방엑스포? 건강식품 짜깁기 판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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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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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폐막 엑스포 가봤더니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한방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인삼 판매 부스에서 약차를 맛보고 있다. 이권효 기자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한방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인삼 판매 부스에서 약차를 맛보고 있다. 이권효 기자
“날도 더운데 애들 데리고 괜히 온 것 같네요.”

‘제10회 대한민국한방엑스포’가 열리던 19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대구전시컨벤션센터) 앞마당.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구경 왔던 한 40대 주부는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기구 판매장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몇몇 사람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한방 관련 판매장을 이것저것 좀 많이 모아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행사장인 1층 전시장에 들어가는 것도 불편했다. 1000원인 입장권을 바로 구입할 수 없고 이름과 주소, 연락처, 직장 등 개인정보를 따로 적어 내야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왜 이런 것을 작성해야 하느냐”고 묻자 안내인들은 “나중에 경품 추첨 등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엑스포의 공식 자료에는 경품 행사가 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흥행은 성공
‘한방 한류’ 부스 160곳 설치
4일간 1만2000여명 발길

■내용은 글쎄
체험코너엔 흔한 한방차만
관람객들 “홈쇼핑만도 못해”


160여 개 부스로 이뤄진 전시장은 ‘한방산업 한류화 원년으로’, ‘신성장 동력을 위한 한의약산업’이라는 주제와는 동떨어진 한방 제품 판매가 대부분이었다. ‘대한민국 한방’이라는 이름을 걸었지만 경북 안동시와 영천시, 상주시 등 몇몇 지자체가 부스를 마련한 정도이고 대구나 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는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두서너 곳이 전부였다. 상품을 두고 값 흥정을 하는 모습도 여기저기 보였다. 건강보조기구 부스에 들렀던 한 관람객은 “한방에 관심이 많아 찾았는데 이 엑스포에서 처음 보는 상품은 별로 없다”며 “시내 상점이나 홈쇼핑보다 볼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나마 관람객들로 가장 붐빈 곳은 엉뚱하게도 손톱 미용에 관한 네일 아트 코너였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태양인, 태음인 등 체질별 상담 코너를 찾는 관람객도 거의 없었다. 한 관람객은 “체질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자기 체질 정도는 알고 있지 않느냐”며 “너무 시시해 보인다”고 했다. 체험 코너라는 게 기껏해야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에 흔한 한방차를 한 잔씩 나눠주는 정도였다.

20여 분 만에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한 관람객은 “인터넷으로 뒤져봐도 이보다는 낫겠다”며 “대한민국한방엑스포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이 정도 행사를 뭐 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엑스포는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이 대구시 및 경북도와 공동으로 17∼20일 개최한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후원했다. 진흥원 측은 4일 동안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1만2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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