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쓴 독후감, 대학입학사정관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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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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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독서퀴즈 등 온라인에 다양한 독후활동 기록 남겨
교사 코멘트로 눈높이 지도… 독서이력 한 눈에 알수있어

교과부 독서교육지원시스템 2학기부터 가동

《대학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의 독서활동 이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구축된다. 이 시스템을 입시에 활용하는 대학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시도교육청별로 ‘독서교육 종합 지원체제’를 올 2학기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이 시스템에 기록한 독서이력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연계해 대입 때 학생 평가자료로 쓰인다. 대입 업무를 주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제1항목으로 ‘독서활동’을 적시하고 있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이 이 시스템을 통해 학생부에 링크한 독서활동 내용을 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 독서이력은 학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크게 의존해 왔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학생은 자기 독서활동 이력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제출할 수 있고 대학도 이 시스템을 근거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에서 이날 발표한 시스템의 원조는 부산시교육청이다. 부산시교육청은 2004년부터 학생들의 독서이력을 관리해 오고 있다. 또 부산대 등 14개 대학이 지난해 입시에서 이 자료를 활용했다.》○ 분실 염려 없는 독서통장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명제다. 책을 읽고 나서 정리를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앞으로는 입시 과정에서 독서 이력을 반영하는 학교가 늘 것으로 보여 독서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명제다. 책을 읽고 나서 정리를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앞으로는 입시 과정에서 독서 이력을 반영하는 학교가 늘 것으로 보여 독서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독서교육 종합 지원체제는 일부 학교에서 도입한 ‘독서통장’의 온라인 버전이다. 독서통장이 단순히 학생이 읽은 책 목록을 저장하는 기능만 하고 있다면 독서교육종합지원체계는 ‘독후활동’까지 남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독서교육 종합 지원체제는 ‘독서교육 지원시스템’ 사이트(www.reading.go.kr)에 학생이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면 담당교사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독후활동에는 독후감 쓰기만 있는 게 아니다. 편지, 동시(童詩), 일기 같은 형태로 글을 남겨도 되고 개요 짜기, 인터뷰, 독서퀴즈 같은 꼭지도 있다. 또 같은 책을 읽은 학생들이 토론을 벌일 수 있도록 커뮤니티도 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이 각자 자기 눈높이에 맞는 독후활동을 선택해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독후활동 기록을 남긴 학생은 독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으며 이것이 모이면 독서쿠폰을 발급 받을 수 있다. ‘나의 독서 이력’을 통해 그동안 읽은 책을 활용할 수 있으며 독후활동을 묶어 문집으로 펴내는 것도 가능하다.

교사는 학생이 남긴 독후활동 기록에 코멘트를 남길 수 있으며 교과부 권장도서 등을 중심으로 독서지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추천 기능을 통해 우수 독후활동을 알리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교과부는 담당교사들에게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고 교사 연수도 실시할 계획이다.

○ 추천 독후활동이 길잡이

제도가 자리 잡은 부산에서는 ‘추천 독후활동’을 길잡이로 활용하면 체계적인 이력 관리가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홈페이지 화면에 노출되는 ‘추천 독후활동’은 담당교사가 1차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린 결과물이다. 또 많은 사람이 글을 지켜봤기 때문에 검증 과정도 거쳤다.

무조건 긴 글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분량 제한이 없는 만큼 줄거리를 요약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독서 과정에서 자기가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다. 또 독서이력이 입시 과정에서 ‘학생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만큼 저학년 때는 다양한 분야를 두루 읽고 고학년이 될수록 관심 분야에 집중해 독서이력을 쌓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지난해 입시에 독서 교육지원 시스템을 활용한 부산대 조형숙 입학사정관은 “독서이력을 보면 학생들의 히스토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학생은 이런저런 책을 읽었으니까 앞으로 이 분야에 발전 가능성이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자기 발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자료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초등학생은 ‘고르게 읽히면 많이 읽어’


부산 기장초 학생들은 독서교육 지원시스템 사이트에 3000건이 넘는 독후활동 기록을 남겼다. 매일 아침 등교 후 30분 동안 책을 읽고 정리한 결과다. 주로 얇은 책을 읽는 저학년은 거의 매일, 고학년은 독서를 마칠 때마다 사이트에 접속해 독후활동에 나섰다.

기장초는 새 학년이 되면 교과부 선정 자료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영역별 권장 도서를 알려주고 독서지도에 나선다. 또 매주 주간 학습계획서를 통해 ‘이 주에 읽으면 좋은 책’을 안내한다. 그 주에 현충일이 끼어 있다면 위인전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학생이 특정 분야만 골라 읽는 건 피한다. 이 학교에서 독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주경 교사는 “아직 학생들이 어려 특정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다가 금방 흥미를 잃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그 분야에 흥미를 잃으면 독서활동도 소홀히 할 수 있다. 다양한 책을 두루 읽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더 많이 읽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주로 컴퓨터실에서 수업을 하는 재량활동시간을 이용해 독서이력을 남긴다. 독후활동은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같은 책을 읽고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담임교사들은 정기적으로 사이트에 들어가 자기 반 학생들의 독후활동을 점검한다. ‘이 책이 좋았다면 다음에는 이런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는 방식이다. 눈에 띄는 독후활동이 있다면 추천 기능을 통해 점수를 준다. 이 점수를 가지고 한 달에 한 번 상을 주기도 한다.

○ 중고교는 ‘과목 담당교사가 도움 줘야’

부산대사범대부설고는 학생들이 독후활동을 등록하면 관련 과목 교사가 코멘트를 단다. 독서교육 지원시스템 사이트는 학교 과목이 아니라 인문 자연 예체능처럼 큰 범위로 책을 분류해두고 있다. 학생들은 독후활동을 남긴 뒤 자기가 읽은 책과 가장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를 찾아가 코멘트를 부탁한다. 독서이력이 쌓이면 담임교사가 한 학기에 한 번씩 학생부에 옮겨 적어 입시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 학교는 한 학기 동안 쌓인 독서이력을 국어 수행평가에 반영한다. 올해부터는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영어 수행평가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이 학교 오경옥 국어논술부장은 “한꺼번에 3년 치 독서이력을 입력할 수는 없는 만큼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며 “모든 교사가 지원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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