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트위터 예고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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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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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클럽 DJ “자살하려 합니다” 글 올린뒤 목매 숨져

자살을 예고한 이모 씨의 트위터 홈페이지 화면. 13일 오전 4시 20분에 “자살하려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자살을 예고한 이모 씨의 트위터 홈페이지 화면. 13일 오전 4시 20분에 “자살하려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한 유명 클럽 디제이(DJ)가 트위터와 자신의 블로그에 자살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실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접했던 블로그 방문자들과 수백 명의 팔로어(Follower)는 그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에 휩싸였고 이 사실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자살 계획을 알린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트위터로 죽음을 예고하고 실제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15일 오전 5시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나루터 인근의 한 건물 난간에 이모 씨(27)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홍대입구 인근 클럽에서 DJ로 활동해 온 이 씨는 13일 이른 오전 트위터에 ‘자살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평소 운영하던 블로그에도 비슷한 시간에 ‘자살하러 갑니다. 저랑 조금의 인연이라도 있던 분들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팔로어와 블로그 방문자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하세요. 누군가는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라며 만류하는 등 이 씨를 걱정하며 행적을 알아보기도 했다.

이 씨는 2002년부터 클럽에서 활동해 온 유명 DJ로 2009년에는 다른 DJ들과 앨범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 글과는 별도로 어머니에게 ‘사랑합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며 경제적 문제를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트위터에는 ‘오 박지성’과 같은 월드컵 관련 글과 일상적인 글이 주를 이뤘으나 ‘우울증 극대화’ ‘좋은 사람은 빨리 떠나고, 예쁜 꽃은 빨리 지며, 좋은 날은 금방 간다는 명제를 의심하지 않는다’ 등 허무한 심리가 엿보이는 글도 있었다.

현재 트위터에는 이 씨의 실명과 나이, 직업 등과 함께 ‘트위터를 통한 예고 자살이 발생했다’ ‘오늘 아침 한강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등의 상황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글을 남기기 전 그의 합정동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이 씨가 신변을 정리하고 불을 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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